“제발 대통령만 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라.” “(경제정책이) 그대로 간다니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3년반 동안 과연 서민정책이 있었느냐.” 12일 열린 경제부총리 청문회에서는 정부와 청와대를 향한 여당 의원들의 ‘쓴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5ㆍ31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민의에 아랑곳없이 현행 정책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론이 들끓고 있는 것. 정책기조를 둘러싼 당ㆍ정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을 것임이 가감 없이 드러난 것이다. 먼저 인위적 경기부양을 않겠다는 정부의 거시정책 기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여당의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정책위를 중심으로 누적된 불만이 그대로 분출됐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인위적 경기부양을 안한다는 거시정책기조를 바꾸라”고 말문을 열자 정책위 소속 의원들이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정부에 대한 성토에 가세했다. 특히 경기부양을 강조하는 강 의장의 주장에 권 내정자가 조목조목 반박하는 모습에서 두 사람이 과거 경제기획원(EPB) 시절의 끈끈한 상하관계였던 점을 들어 ‘환상의 복식조가 될 것’이라는 세간의 평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송영길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권 내정자를 상대로 “5ㆍ31 선거에서 국민의 민심이 무섭게 표출됐다”며 “잘못이 없으니 그대로 간다는 식은 안되며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송 수석부의장은 권 내정자가 지난 2002년 재경부 차관보 재직 당시 카드정책 등 경기부양대책을 주도했던 점을 거론하며 “도무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며 “최소한 직업적 양심에 기초했을 때 적절하지 않으면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수찬 정책위 부의장도 “지방선거 패배의 중요한 원인은 경제상황에 대한 실망”이라며 “정책기조를 변경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라고 가세했다. 경제학 교수 출신의 우제창 제3정조위원장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개인적 소신을 피력하는 데 할애하며 정부의 안이함과 무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정부를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너무 안이하다”며 “5ㆍ31 지방선거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는데도 아무런 정책변화가 없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다. 심판을 받고도 기조를 유지한다는 게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는 엄청난 진전이 있었지만 중산층 해체나 소득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게 현주소”라며 “거시적 건전성 유지에만 정책의 무게를 두겠다고 한다면 재경부가 왜 존재하는 것이냐”고 지적하고 “제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보라. 그러면 목숨을 걸고 도와주겠다”고 호소했다. 오제세 의원은 “지난 3년반 동안 서민정책이 없었던 게 아니냐”며 “공무원들의 시각이 너무 안이하다. 앞으로 공무원보다 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달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비판의 화살은 정부를 넘어 청와대로도 향했다. 정덕구 의원은 청와대비서실을 향해 “할 것은 다하면서 대외적으로는 안하는 척함으로써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권 내정자는 여권이 요구하는 거시정책기조의 수정 여부와 관련, “서민경제의 어려움에는 IMF 사태 이후의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며 “거시적인 단기정책은 한계가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조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이어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관련, “재경부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기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며 신뢰를 얻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