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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2월 2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390m 상공. 페트로나스타워 88층 공사현장에 삼성건설 전기술자가 모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두 대의 타워크레인을 통해 이뤄진 콘크리트 타설작업 2시간만에 마침내 88층에 마지막 콘크리트가 부어졌다. ‘높이 452m(첨탑 포함), 88층’의 세계최고층(당시 기준) 건물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삼성건설맨들은 ‘해냈다’는 뭉클함에 눈시울이 젖어들었다. 삼성건설이 초고층 분야 세계 최고 기업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게 된 것이다. 삼성건설은 명실상부한 초고층 분야 세계최고 기업이다. ‘높이 200m,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을 세개 이상 건설한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16개사지만, 그 중 가장 높은 세개의 건물을 모두 지은 건 삼성건설이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의 건설은 ‘초고층 분야 세계최고의 기업’으로서 현재의 삼성건설을 있게 한 시발점이었다. 13년 전. 삼성건설 해외영업팀으로부터 건축기술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말레이시아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나스사가 88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발주하는 데 기술적 타당성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기술팀의 검토 끝에 회사는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시만 해도 서울 남대문옆 26층짜리 삼성생명사옥 건설이 고작이었던 삼성건설에 88층 건립은 무모한 도전이란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오히려 그런 불가능성을 무릅쓰고 도전의 길을 택했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이지만 건설부문에선 내세울만한 실적이 전무한 상황에서 페트로나스타워는 세계적 건설사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삼성건설의 도전에 행운의 여신은 미소로 답했다. 93년 11월 12일 삼성건설은 발주처인 KLCC로부터 페트로나스타워 시공사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50층 이상 철근콘크리트조 건물 건설실적’이란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우여곡적 끝에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55층)를 지은 극동건설과 손잡은 전략이 주효했던 것이다. 21개월 뒤 삼성건설은 이 같은 결과가 비단 행운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입증해낸다. 부지조성공사가 늦어 공동시공사인 일본보다 한달 늦게 공사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완공시점은 오히려 일본보다 1주일이 빨랐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세계 건설업계에 삼성건설이란 이름은 신뢰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삼성건설은 초고층 건물 건축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건축기술팀내에 초고층팀이 신설된 것도 이 무렵이다. 2004년 삼성건설에 마침내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160층, 높이 700m 이상’으로 완공(2008년 11월)될 경우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등극하는 ‘버즈 두바이’의 공사를 따낸 것이다. 버즈 두바이는 페트로나스타워에 비하면 300m 이상, 현존하는 세계 최고(508m) 건물인 타이완 타이베이금융센터(TFC)보다도 200m 이상 높은 건축물이다. 이 엄청난 사실은 그 해 12월 9일 깜짝 기자회견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이상대 사장이 직접 나서 언론브리핑을 할 정도로 버즈 두바이 건설은 삼성건설에게 중차대한 사업이었다. 김 부사장은 버즈 두바이건을 성사시킨 것에 대해 “그야말로 ‘사즉필생’의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가격 낮추기 경쟁에 몰두한 반면, 삼성건설은 ‘기술심사’에 승부수를 띄웠다는 것. 김 부사장은 “당시 기술 심사를 위한 (삼성건설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고 심사위원들이 ‘원더풀’을 연발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현지와 국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기 1주일 전인 2004년 12월 1일 현지에 있던 김 부사장은 버즈 두바이 발주처인 이마르사의 알라바 회장측으로부터 “삼성이 아니면 안되겠다”는 언질을 받았다. TFC 골조 공사 입찰에서 가격 때문에 일본업체에 밀렸던 아쉬움을 털어내는 짜릿한 순간이었다. 버즈 두바이 공사를 따냄으로써 삼성건설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초고층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혀가고 있다. TFC 마감 공사를 포함해 세계 초고층 1ㆍ2ㆍ3위의 건물을 모두 삼성건설의 손으로 짓게 된 것이다. 김 부사장은“초고층 건설 시장은 2010년까지 500억달러 규모로 예상된다”며 “삼성건설은 이 분야의 선두기업으로서 시장을 선점할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아랍에미리트‘버즈 두바이’ 빌딩 공사
‘첨단 기술 경연장’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부근 옛 화신백화점 터에 이색적인 건축양식으로 우뚝 솟아 눈길을 끄는 종로타워는 어떻게 지어졌을까.' 종로를 대표하는 마천루 종로타워는 옥상과 전망대 사이에 10층 건물 정도가 들어갈 공간이 텅 비어 있다. 두 개의 기둥이 전망대를 통째로 받치고 있는 형태다. 이 건물을 지은 삼성건설의 강선종 상무는 "옥상에서 조립한 뒤 유압펌프로 들어올린 것"이라며 "첨단기술이 아니면 얘기가 되지 않는게 요즘 상황이지만 초고층 건축만큼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도 드물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와 타이완 TFC(508m),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버즈두바이(700m 이상) 등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세 개의 건설에 모두 참여한 삼성건설은 '기술력'을 삼성건설의 오늘을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 꼽는다. 버즈 두바이 시공에 적용된 ▦고강도 콘크리트 타설 ▦자동이동거푸집(ACSF) ▦리프트 업 ▦철근 선(先)조립 등의 4가지 핵심 공법이 그 것이다. 160층 이상 초고층을 지으려면 무엇보다 콘크리트가 단단해야 한다. 버즈 두바이 현장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강도는 주사위 만한 크기의 콘크리트가 성인남자 10명을 떠받칠 수 있고, 진도 7.0수준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정도다. 강도만 갖고는 안된다. 한 층에 평균 3~4일 소요되는 공기를 맞추려면 콘크리트를 빨리 굳게 하고, 고층까지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다. 그래서 보통 하루가 걸리는 양생시간을 10시간으로 단축했고, 고압력 펌프를 통해 575m까지 한번에 콘크리트를 쏘아 올리는 기술을 적용했다. 강 상무는 "페트로나스타워를 일본보다 먼저 끝낼 수 있었던 게 바로 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직접 쏘아올리는 기술이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타설에 필요한 거푸집은 1개층 공사가 끝나면 2,300톤급 유압 잭을 이용해 자동으로 다음층으로 끌어올린다. 이런 식으로 160층까지 올라간다. 한 층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게 바로 'ACSF'다. 보통 공사에서는 거푸집을 뜯어내 다음 층으로 올려 다시 조립하는 방식이다. 그만큼 시간이 절약된다. 기둥이나 옹벽에 들어가는 철근 골조는 지상에서 조립해 타워크레인을 통해 한꺼번에 끌어올린다. 고층 작업에 필수인 타워크레인도 지상에 고정된 게 아니라 거푸집에 매달려 자동으로 1개 층씩 올라가도록 돼 있다. 160층 위에 세워질 첨탑(100m 이상)도 지상에서 조립한 뒤 공중으로 끌어올린다. 이를 리프트업 공법이라고 한다. 페트로나스타워의 명물인 스카이브릿지와 첨탑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협찬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