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일] 재개발 분쟁과 도심 전세난

"원주민이 다시 입주해야 할 재개발 사업장마다 사업진행이 제대로 안돼 주변 전세매물이 씨가 말랐습니다."(성동구 K공인) 서울 재개발 지역의 '슬럼화' 현상이 도심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 재개발 사업장들마다 소송에 휩싸이면서 사업진행이 늦어지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기존 주택이 철거되고 새 아파트가 지어져야 주변 전세집을 찾아 떠난 원주민들이 되돌아오는데 이것이 막혀 있기 때문이다. 2년여 분쟁에 휩싸여 있는 재개발 사업장이 상당수다. 그러다 보니 원주민 수요에 기존 전세 수요까지 겹쳐 재개발사업장 주변지역의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장의 철거가 지연되고 있는 만큼 철거될 때까지 전세를 놓을 수만 있다면 전세난이 완화될 수도 있겠지만 원주민이 모두 떠난 황량한 집에 들어올 세입자는 없다. 이런 곳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도심 내 새 아파트 공급은 태부족 상태다. 최근 2년간 2만 가구 가까이 분양됐던 서울 재개발ㆍ재건축 분양물량은 사업지연으로 올해 1만 가구 아래로 줄었다. 아파트 전세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돈 없는 서민들은 더 오갈 데가 없어졌다. 싼값에 들어갈 수 있는 다세대 주택ㆍ빌라 등은 점차 사라지거나 멸실 예정 상태로 남아 있고 새 아파트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서울시는 연초 주거환경개선자문위를 통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재개발 사업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토부도 지난해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해 재개발 분쟁을 조정할 기구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에도 수십 건씩 터져 나오는 재개발 분쟁과 사업 지연, 이에 따른 지역 슬럼화의 악순환 속에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지금까지 이들 기구를 통해 조정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전세수요가 집중되는 도심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재개발밖에는 없다. 이것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으면 도심 전세난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자문위나 조정기구를 만들었다고 수수방관할 상황이 아니다.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슬럼화된 재개발 지역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시민들의 살 곳도 빼앗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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