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유럽이 법인세 인하경쟁을 벌이는 이유

유럽에 법인세 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일랜드에서 시작된 법인세 인하는 동유럽을 거쳐 이제는 영국ㆍ프랑스ㆍ독일 등 서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세정책은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및 성장을 위한 것으로 오랜 경기침체와 성장잠재력 약화의 덫에 걸린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 크다. 그동안 동유럽의 감세정책을 ‘세금 덤핑’이라고 비난하며 반대 입장을 보였던 서유럽 국가들까지 입장을 바꿔 그 대열에 합류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차기 총리 내정자와 대통령이 각각 세율을 2%포인트, 5% 이상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독일도 39%에서 30%로 낮추는 감세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세율인하를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다.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지나치게 세금을 깎아주는 동유럽 국가에 보조금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감세정책에 비판적이었다. 이런 나라들이 앞 다퉈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감세정책을 실시한 나라들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47%에 달하던 세율을 88년 12.5%로 낮춘 아일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아일랜드는 마이너스였던 성장률이 세율인하 이듬해에 5.8%로 돌아섰고 97년에는 11.7%까지 치솟는 등 최근 10년 간 유로 회원국 평균 성장률의 세 배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마이크로소프트ㆍ인텔 등 외국 기업들이 대거 몰려왔기 때문이다. 폴란드ㆍ슬로바키아ㆍ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세율인하는 일시적 세수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세금부담이 줄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이는 고용과 소득 증가 및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 경기가 활기를 띠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러면 세금이 더 많이 걷힐 수 있다. 우리 법인세율은 싱가포르ㆍ홍콩 등 경쟁국보다 높다. 그러나 감세 이야기만 나오면 정부는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며 거의 알레르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경제회복과 꺼져가는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는 우리도 감세정책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유럽 국가의 경쟁적 감세정책이 그 필요성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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