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산책] 출산은 축복이다

박금자<산부인과 전문의ㆍ의학박사>

최근 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노인이 가장 빨리 늘어나는 반면 신생아는 가장 빨리 줄어드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족계획세대인 지난 80년대생의 2세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오는 2010년을 전후해 초등학교 학생 수가 10년마다 20%씩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학교당 학생 수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10년마다 20%의 초등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2018년의 인구 고령화 예측상황이 심각하다. 65세 이상의 노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14%가 넘는 전형적인 고령화사회 출현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젊은 신입사원의 채용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의 취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며 선진국에서도 이미 경험한 만큼 국가정책으로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양질의 정책들을 세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볍게 여긴다면 심각성이 더욱 크다. 필자는 이런 사회 현상을 감안해 특별한 국가 차원의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저출산시대를 맞아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여성들과 매일 마주치면서 느끼는 소감을 피력하고 싶다. 10여년 전만 해도 산부인과에서는 새댁이 진통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듬직한 신랑들이 많았다. 아픈 사람들이 모이는 병원. 그래서 스산하고 암울한 분위기일 수밖에 없는 병원. 그러나 여느 병원과 달리 오히려 생동감 있고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는 새 생명 탄생의 산실인 ‘산부인과’만의 특권(?)이었다. ‘산부인과‘는 항상 생동감 있고 행복하다. 그것이 산부인과 의사로서 자랑이고 자부심이요, 긍지였다. 고통스러운 병원이 아닌 사랑과 웃음이 있는 병원. 그러나 요즈음 산부인과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환자의 대다수가 나이 들어 생기는 부인병을 치료하기 위한 여성들이 주류다. 다시 말해 ‘산부인과’의 ‘산(産)’자는 별로 힘을 쓰지 못한다. 주변에서 출산율 저조로 인해 병원 문을 닫는 동료들을 보면서 느끼는 쓸쓸함은 의사나 병원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은 쓸쓸하고 어깨에 힘이 빠진다. 이를 두고 행여 개업 의사의 서운한 마음으로 폄훼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핵심이며 기본적인 단위는 가정이다. 옛 어른들은 집안에서 보석 같은 어린아이의 왁자한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나지않으면 행복과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산이 미덕이요, 대가족이 행복이었다. 삼천리 금수강산에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져 노인들만이 집을 지키는 가정이 늘어난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복이 그 무엇보다 최고의 행복이요, 가치라고 주장하는 필자를 보고 두아이를 사랑과 걱정으로 길러낸 중년 엄마의 억지와 주책으로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 율곡 선생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율곡 선생을 대학자로 길러내지 않았다면 신사임당이 존경받는 여성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하루빨리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인 출산장려정책이 요구된다. 기존의 어정쩡한 출산장려금 지급 같은 형식적이고 실효성 없는 정책들 말고 말이다. 국회와 정부에서 임신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부담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좀더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출산이 부채보다 축복’이라는 우리들의 의식 변화요, 발상의 전환이다. 순리에 따르는 삶은 아름답다. 봄에는 봄꽃이, 가을에는 가을꽃이 더욱 향기를 발한다. 과일도 제철에 제맛이 나며 영양이 풍부하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부모님 사랑 아래 행복한 유년기를 보낸 뒤 학창시절에 고뇌와 꿈을 키우며 성장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길러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가는 속에 인간다운 기쁨이 있지않을까. 어머니가 되기를 주저하는 여성들이여. 이 세상 어떤 말보다 자랑스럽고 행복한 것이 ‘엄마’라고 자청하자. 그래서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느껴보자. 행복한 여성, 아름다운 여성, 사랑받는 여성보다 더 위대한 여성은 ‘어머니’라는 것을. 사랑과 기대가 가득한 빛나는 배를 자랑스럽게 내밀고 믿음직한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찾아오는 산모를 맞이하는 행복에 젖고 싶다. 그 결과 저출산과 고령화사회에 대한 걱정이 저 멀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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