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1월 14일] 임금피크제, 정년연장 수단 안되게

한국전력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대신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의 노사합의를 통해 오는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이 제도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이 2만명을 넘는 한전의 경우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패키지를 통해 인건비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퇴직자를 줄일 수 있어 실업대책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급속한 노령화 시대를 맞아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일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데도 정년에 묶여 일자리를 떠나는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고령자 고용촉진법' 등에서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근무연수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연공서열 급여체계에서 정년연장은 바로 인건비 부담을 키워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점이 최대 걸림돌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번에 한전이 도입하기로 한 것같이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연계하는 것이다. 근로자로서는 일정 연령 이후 임금 면에서 다소 손해가 나더라도 근무기간이 늘어나는 혜택을 보게 됨으로써 기업과 근로자가 윈윈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임금피크제가 사실상 정년만 연장하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27개 공기관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나 상당수가 사실상 정년연장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특히 경쟁이 없는 공공기관일수록 그런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임금피크제는 신규채용을 막아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된다. 민간기업들이 정년연장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기업 정년연장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이유도 그런 데 있다. 한전의 위상과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이번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제대로 시행해 임금피크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가지 지적할 것은 정부의 공기업관리 방식도 현행 정원 관리에서 인건비 총액관리 방식으로 바꾸어 인력운용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결정하는 것은 인건비이지 정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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