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석학에 듣는다] <1>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한국 지나치게 경제력 집중… 대기업 의존도 줄여나가야"<br>세계경제 '자산버블'이라는 새 위협 직면<br>中, 日 전철 밟지 않으려면 부채관리 필요


SetSectionName(); [해외석학에 듣는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한국 지나치게 경제력 집중… 대기업 의존도 줄여나가야"세계경제 '자산버블'이라는 새 위협 직면中, 日 전철 밟지 않으려면 부채관리 필요 케임브리지=권구찬특파원 chans@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새로운 자산 버블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이머징마켓 정책 당국의 자산버블 리스크 관리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세계는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너무 쉽게 망각하고 있다"며 "큰 고비는 넘겼지만 금리가 낮고 빌리기 쉬운 돈(easy money easy credit)이 넘치는 세계경제는 자산 버블이라는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존슨 교수는 특히 중국경제가 지난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초기 국면과 흡사하다며 "중국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업 부채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며 신용 버블을 방치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교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 미국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소수의 대형 은행이 정치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과두제(financial oligarcy)'에 있다고 진단하는 그는 "대마불사 신화가 건재하는 한 시장경제는 시스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은행의 규모는 망해도 좋을 만큼 작아야(too small enough to fail) 한다"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 강변에 자리잡은 MIT 경영대학원 연구실에서 존슨 교수를 만났다. -미국경제가 경기침체를 끝내고 회복의 길에 접어들었는데. ▲침체는 끝난 듯하지만 미 경제 회복은 상당히 더딜 것입니다. 또 매우 고통스러운 회복의 길이 예상됩니다. 실업률은 상당히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3%)보다 낮은 2~2.5%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매우 실망스러운 회복이 될 것입니다. -미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은데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프라임 모기지와 상업용 모기지의 디폴트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높은 실업률은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감소를 낳을 것입니다.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을 10~20% 정도로 봅니다. 이 정도라면 리스크가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면 2차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정치적 압력이 커지겠지요. 그러나 2차 부양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나는 금융위기 초기에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촉구하고 지지했지만 위기의 큰 파동이 일단 가라앉은 환경에서는 추가 부양책을 동원하는 것은 비용 대비 실효성이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금리를 인상할까요. ▲물가상승 압력은 아직 높지 않습니다. 실업률은 꽤 오랫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본다면 2010년에 금리를 인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2011년 하반기쯤 돼야 긴축통화정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며 이 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장기간에 걸친 초저금리 정책의 후유증이 작지 않을 텐데요. ▲미국은 2001~2002년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1%의 저금리를 2년간 유지했습니다. 이 결과 2002~2007년 자산 버블이 발생해 이번 금융위기를 불렀습니다.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자산 버블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당장 지금은 문제될 상황이 아니지만 자산 버블은 앞으로 더 커질 것입니다. 문제는 자산 버블이 미국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보다 이머징마켓의 자산 버블 리스크가 더 큽니다. 외국인의 자본유입까지 겹치고 있습니다. 올해 이머징마켓 정책 당국은 버블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에 오를 것입니다. 이머징마켓은 자국 통화가치를 절상함으로써 버블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수출을 위해 선뜻 이런 선택을 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버블론이 제기되는 중국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요. ▲모두들 중국을 쳐다 보고 있습니다. '중국이 1위가 될 것이다'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과 같은 책들이 나오는데 1980년대 일본경제도 이런 격찬을 받았습니다. 중국경제는 1980년대 일본의 자산 버블 초기 국면과 유사한 측면이 많습니다. 일본은 오랫동안 성장했지만 정책 당국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신용 버블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일본 기업의 부채는 1986년부터 1994년까지 GDP 대비 100%에서 200%까지 증가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당국의 정책능력과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은 과거 자산 버블의 경험이 없었습니다.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는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겠지만 과열 양상을 보이는데다 규모가 너무 큽니다. 중국이 성장률을 잘 관리하고 부채증가 속도를 억제할 수 있다면 경제위기 없이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정책 당국이 신용 버블을 묵인할지 아닐지입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잘 관리해왔고 운도 따랐습니다. 앞으로 세계는 중국의 정책능력을 주시할 것입니다. -최근의 금 가격 상승은 미래에 다가올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요.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금은 시장 분위기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가격이 움직이는(big swig) 상품입니다. 금이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이기는 하나 이런 측면 때문에 믿을 만한 인플레이션 지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FRB는 인플레이션을 채권시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예상합니다. 금값 폭등은 투기성 버블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금에 대한 본질적인 수요는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적지 않은데요. ▲달러가 무질서하게 하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 정책 당국 입장은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좀 더 떨어져도 용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가파르게 하락한다면 우려할 일이지만 정책 당국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지 않습니다. 나 역시 달러 가치가 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문제가 될 만한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FRB의 금융감독권을 박탈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데요. ▲금융위기를 어떻게 막느냐는 문제이지만 핵심 이슈는 아닙니다. 핵심은 대마불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있습니다. 대형 은행이 매우 크고 강력하다면 그들은 감독 당국이 FRB든 통합감독기구든 전혀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대마불사 은행들은 어떤 감독체제로든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은행을 분할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그렇습니다. 은행 규모를 시스템 위기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로 제한해야 합니다. GDP 대비 은행 대출자산 규모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입니다.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6대 은행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였지만 현재는 60%를 넘습니다. 이는 매우 심각한 위험입니다. 이런 은행을 망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1930년대로 되돌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분리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상업은행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을 자산운용상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규제해야 합니다. 1994년 마련한 법은 은행 대출자산이 GDP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으나 이때는 대마불사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투자은행은 상대적으로 리스크를 더 많이 추구합니다.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GDP 대비 자산규모를 2%로, 상업은행은 4%로 제한해야 합니다. 강제로 은행을 분리하기보다 어떤 범주의 사업을 할 것인지를 은행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금융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과연 통과될까요.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라는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작동합니다. 이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은 대마 불사를 무기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월가는 로비를 통해 온갖 규제를 회피해왔습니다. 은행들은 망하도록 방치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을 부풀려왔습니다. 그들은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다 망할 위기에 처하면 정부에 살려달라고 합니다. 정부가 그들을 구제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들의 몫입니다. -월가 은행의 보너스 지급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데요. ▲지금 직면한 문제의 핵심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대로 대마불사를 방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망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은행 규모가 작다면 보너스를 얼마나 지급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은행이 엄청난 보너스를 약속해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다 망해도 일반 국민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고 시장경제입니다. 보상이 후하지 않으면 직원을 붙들지 못한다, 실적이 떨어진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한국경제의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금융위기의 와중에 정책을 잘 폈다고 생각합니다. 통화스와프는 아주 잘할 일입니다. 한국은 우수한 인력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유연하고 혁신적인 기업이 많습니다. 이는 한국경제의 장점입니다. 그러나 몇몇 대기업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대기업들은 강력한 개혁조치를 취해 재무구조가 탄탄해졌으나 경제력 집중 문제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취약성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이런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기업 하나가 망하거나 파산보호를 신청할 상황에 처했을 때 정부가 구제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해야 할 처지라면 위험한 것이지요. "美 위기 '금융과두제'가 원인" 주장 ☞ 사이먼 존슨은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금융ㆍ경제위기 전문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월가와 정치권이 결탁한 '금융과두제(Financial Oligarcy)'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2007년 3월부터 2008년 8월까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일하다 대학 강단에 복귀한 9월부터 '베이스라인 시나리오(Baseline Scenario)'라는 경제 블로그를 통해 세계경제 이슈를 날카롭게 분석해왔다. 뉴욕타임스(NYT) 등 세계 유수 언론사들이 자사 인터넷에 그의 글을 전재하고 있다.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이며 맥킨지 컨설턴터 출신인 처남 제임스 곽과 이 블로그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1963년 영국 ▲영국 옥스포드대 졸업, MIT 경제학박사 ▲1001~2002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자문위원 ▲2006~2007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객원연구위원 ▲2008~2009 전미경제조사국(NBER) 위원 ▲2007~2008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4~현재 MIT 경영대학원 교수 [해외석학에 한국경제를 듣는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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