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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6월 3일] FRB, 모든 가능성에 귀 기울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용위기를 저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금은 금리를 너무 내려 유가 급등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비판은 논점이 잘못된 것이다. FRB는 현재 고유가의 가장 큰 책임을 짊어질 곳이 아니다. 고유가는 대부분 수급 불안 때문에 발생했다. FRB의 금리인하가 달러 약세를 초래해 달러화로 결제되는 원유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또 달러의 지속적인 약세는 투기세력을 자극해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는 글로벌 통화제도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모순이다. 그렇다면 FRB는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만일 FRB가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리스크가 더욱 확산돼 더욱 심각한 신용위기로 발전했을 것이다. FRB는 미국 경제의 성장 촉진을 위해 어느 정도의 달러 약세가 필요했다. 달러 약세로 수출을 늘려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FRB를 비난하기에 앞서 성장과 인플레이션 사이에서의 줄타기가 얼마나 아슬아슬한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주택가격 하락 및 신용거품 붕괴, 고유가에 동시에 맞서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FRB의 대응이 완벽하지는 않았다. FRB는 지난해 10월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잘못 판단했다. 결국 지난해 연말이 지날 때까지 시장에 끌려다니다가 올해 1월 들어서야 긴급회의를 소집해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하지만 FRB는 대부분 옳은 판단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FRB가 고유가를 무시해도 될 만큼 여유가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FRB는 아직 총을 뽑아서는 안 된다. 성장률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고 은행들은 자산을 매각하는 상황이다. 또 고유가로 국민의 세금부담도 무거워지고 있다. 다만 생산성은 여전히 높고 임금인상률도 양호한 편이다. 만일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든다 해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FRB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유가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에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단호한 금리인상을 해야 한다. 성장률 정체위험이 가신 후 다시 금리를 내리면 될 일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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