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는 금년 7월의 전국적 정전사고와 9월에 발생한 지진에 따른 전력공급 중단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산업시설 피해를 당했으며 전세계의 전자부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이러한 정전사고, 특히 예고되지 않은 불시정전에 의한 피해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나, 각종의 피해사례가 불시정전의 발생과 그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체화되지 못 하고 그저 국내 반도체 산업의 반사이익과 해외 토픽란의 가십거리로 그치는데 대해 전력사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최근의 국내 전기품질은 전압·주파수·연간 정전시간 등 대표적 항목에서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어 불시정전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리 높지 않은 불시정전의 발생확률과 일반적 산업구성요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전기의 신뢰성, 또한 공익사업을 수행하는 한전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불시정전에 대한 투자와 대비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고객과 한전의 전력수급 계약시 불시정전의 발생 가능성과 피해 방지장치시설 의무 조항에 언급된 「불시정전에 대비한 비상용 자가발전기」는 제대로 시설되거나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불시정전의 여러가지 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정전발생시마다
그 원인을 두고 한전에 대한 피해보상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가 항상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전기는 대부분의 전력설비가 자연환경에 노출되어 운전되고 있는 특수성으로 언제든지 불시정전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한전의 전력 공급설비 자체 품질결함에 의한 것, 둘째 태풍·홍수·폭설·낙뢰 등 천재지변에 의한 것,셋째 까치·비닐·산불·공사현장의 중장비 등 전력선에의 이물질 접촉에 의한 것, 넷째 전국의 전력수급 조절이나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전기안전의 확보를 위한 다소 인위적이나 정전피해 최소화를 위한 불가항력적인 것도 있다.
불시정전에 의한 피해도 다양하다. 작업중인 컴퓨터 자료의 손실과 엘리베이터·지하철의 정지에 따른 공포감 등 개인의 피해는 물론이고, 타이완의 사례처럼 국가의 산업기반에 치명적 피해, 그리고 98년초 미국 북동부 지역의 대정전에서 처럼 300만명 이상이 1주일간 추위에 떨고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의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사례도 있다.
불시정전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전력 생산과 공급설비를
2배로 늘려 전력공급 경로를 완전히 이원화하면 되겠으나, 이는 경제적·시간적 소모가 너무나 커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앞에서 말한 전력설비의 특수성으로 전력공급 설비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전기요금의 엄청난 부담만 불러올 뿐 완전한 무정전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여건에서 불시정전 발생과 피해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찾아 본다면, 첫째 한국전력의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전력 공급의 신뢰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고장 예방활동을 전개하여 전기의 양과 질 두가지 모두를 최고의 품질로 유지하여야 한다. 전력설비 기자재의 품질을 향상시키고,전력공급 계통을 다중화하며, 노출설비를 절연화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반도체 공장 등 국가적인 중요 산업시설에 대해서는 한전-업체간의
전력공급 선로만이라도 이중화 한다거나, 비상용 자가발전기를 구비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셋째 경제적 이유로 자가 발전기 등의 시설 투자가 곤란한 장소에는 「정전 경보벨」이라도 설치하여 정전사실을 신속히 인지하여 조치함으로써 피해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불시정전 피해 보상에 관한 보험상품의 개발을 생각 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타이완의 정전피해는 복구되어 갈 것이다.
타이완의 사례는 우리들로 하여금 불시정전의 발생과 피해 가능성에 대해 냉철하게 점검해 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박경수(한전 대구전력 선산전력소 전자제어과장)DS5WES@DAVA.KEPC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