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경제단체의 역할, 단체장의 리더십


지난달 말 제주에서 열렸던 대한상의 하계포럼. 손경식 회장과 20여명의 기자가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법인세율 인하를 강조하며 그 필요성을 특유의 온화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이어 쏟아지는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한 질문에도 손 회장은 폭넓은 시각에 평소 소신을 더해 일일이 답변했다. 간혹 던져진 민감하거나 엉뚱한 질문에도 짜증스런 기색 한번 보이지 않았다. 간담회 말미에 나온 '소맥 폭탄주' 제안까지 흔쾌히 응했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연세에도 참석자들과 일일이 잔을 부딪히며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손 회장이 최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전임 위원장들이 모두 관료 출신이었음을 감안하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경제단체장을 겸하고 있는 인사의 위원장 임명은 이례적 일이다. 재계에서는 대통령 역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도 기업과 정부 간의 소통이 원활해야 기능이 강화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적임자로 손 회장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손 회장의 '조용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장으로 그는 재계의 건의사항을 논리적으로 개진한다. 그러나 다른 주장도 진심을 담아 듣는다. 조용한 그의 목소리에 설득력이 넘치는 이유다. 손 회장의 리더십은 대한상의의 위상도 크게 높였다. 대∙중소기업 모두를 아우르는 13만5,000여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기업 간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을 다루지만 한 번의 잡음 없이 매끄럽게 조율해왔다. 영역도 세제, 규제 개혁은 물론 노동∙환경∙물류∙지속가능 등 전분야로 확대돼 기업의 모든 의견을 제대로 담아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는 경제단체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충분하지 못한 리더십과 일부 임원들의 전횡 등으로 '전경련 무용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요즘 손 회장의 리더십과 대한상의의 역할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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