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주식으로 돈 벌게 하라

이용택<증권부장>

잘 아는 어느 증권사 임원은 주가가 아무리 떠도 주식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꽤 오랜 기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증권맨으로서 ‘주식투자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소신 때문이 아니다. 대신 그는 아파트를 사들인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뒤 자금이 마련되면 전세를 빼 월세로 돌린다. 이렇게 사 모은 아파트가 제법돼 임대사업자등록증까지 냈다. 주식투자를 권하는 증권사에 다니면서 부동산에만 투자하는 게 이율배반적이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수년간 몸으로 체득한 경험의 산물이다. 그의 인생에서 주식은 돈을 잃게 했고 부동산은 돈을 벌게 했다. 한때 주식에 투자했고 우리사주도 받았지만 어느 순간 모두 휴지가 돼버렸다. 주식으로 재산을 늘려 노후를 보장받겠다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부동산은 달랐다. 한번도 그를 배반한 적이 없다. 집값이 뛰면 큰 돈이 남았고 굳이 아파트를 팔지 않고 월세로 돌려도 월급에 버금가는 생활비가 나왔다. 재테크 방법을 물으면 그의 대답은 항상 비슷하다. “욕하지는 마세요. 전 오로지 부동산만 봅니다.” 부동산 값이 뛰면서 이를 억제하기 위한 부동산 대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떻게든 부동산 값 급등만은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절절히 넘쳐난다. 경제 정책의 모든 게 부동산에 맞춰져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워낙 많이 바뀌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따져보는 것 자체가 힘들다. 부동산 투기의 심각성만 따지면 정부의 강한 부동산 정책은 당연하다. 그러나 개개인의 재테크 차원에서 보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돈이 많든 적든 재테크는 누구에게나 관심사다. 그런 재테크 수단에서 부동산을 빼면 주식투자와 은행예금이 남는다. 물론 다른 방법도 많지만 크게 보면 이 두 가지다. ‘정부 정책에 맞서지 말라’는 증시 격언처럼 정부가 부동산 값을 잡아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투기이든 투자이든 부동산에 넣었던 돈을 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답이 궁해진다. 남아 있는 두 곳이 다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돈과 주식에 투자하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는 원론적인 분석을 차치하더라도 그동안 늘 투자자를 배반해온 게 우리 증시였다. 단타매매가 성행하게 된 것도 이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그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과 기대가 많았지만 지수 네자릿수는 단지 9일에 불과했다. 올해 적립식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이미 원금이 깨지고 있다. 3년이나 5년까지 중장기를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지만 당장 수익은커녕 원금이 깨지면 추가 투자를 망설이는 게 인간 심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껏 고조됐던 증시 열기가 급속히 식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은행 예금은 더욱더 투자대상이 되지 않는다. 돈이 많아 그냥 묻어두려는 사람이면 몰라도 지금 금리라면 더 이상 재테크 수단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때려잡는다고 부동산에 몰리는 자금이 바로 빠질 리 만무하다. 부동산은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체득한 국민이다. 설사 부동산에서 빠진다고 해도 새로운 투자처가 나올 때까지 마냥 떠돌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강한 부동산 정책도 효과를 얻기 어렵다. 이제라도 돈이 갈 곳을 만들면서 억제하는 게 마땅하다. 가장 적합한 게 주식시장이다. 주식투자로 돈이 벌리면 투자자금의 성격이 달라도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 은행 금리는 올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지금 우리 경제의 처지다. 돈은 돈이 벌리는 데 모이게 마련이다. 돈에는 애국심이 없다는 말도 그래서 생겼다.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것만큼 증시 활성화 대책이 마련됐다면 주가 네자릿수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갔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랬다면 깨어져버린 자금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제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었다. 지난 1ㆍ4분기 구조가 그랬다. 부동산은 값이 뛸수록 문제가 생기지만 주식시장은 오를수록 좋다. 이는 투자자나 정부 공히 마찬가지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만 버블(거품)이 생기면 맥주거품 불어내듯 조금씩 걷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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