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죽창 같은 강수 제6보(91~100) 좌변의 패는 흑이 이겼고 그 일대는 모두 흑진으로 확정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방면에서 흑이 챙긴 이득은 그리 대단치가 않다. 25집 정도가 생긴 것인데 백이 우상귀를 선수로 유린한 이득은 안팎으로 30집이 넘는다. 서봉수 9단이 패를 통해 형세를 성큼 만회한 것이다. 서봉수는 백92로 우하귀를 보강하면서 이 바둑을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완착이 등장했다. 작은 실리를 탐낸 백94. 복기때 서봉수는 이 수를 패착이라고 후회했다. 이 수로는 참고도의 백1, 3으로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였으며 그것으로 백이 유망한 바둑이었다. 흑95는 96의 자리가 공격의 급소였다. “아직 애송이로군.” 서봉수는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바로 그 급소자리를 96으로 선점했는데….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흑이 97, 99로 내지르는 죽창 같은 강수가 있다는 사실. 백96으로는 98의 자리를 확실하게 먼저 몰아두어야 했다. 그랬으면 여전히 백승 무드였다. 백이 100으로 따냈으나 그 수의 위력은 의외로 작아 보인다. 백대마가 딱 걸려들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던 조훈현이 이 딱한 장면을 목격하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지나갔다. 서봉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4-06 1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