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노동신문(노동당 기관지)을 통해 김정은(28)의 사진 4~5장이 포함된 김정일 방중(訪中) 특집 화보를 이달 초 지방 도당과 시당에 배포했으며, 주민들도 화보를 직접 보게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NK는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도쿄신문은 19일 북한이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위해 노동당 당원들에게 학습시킨 내부 문서의 일부 내용이 확인됐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문서의 일부 내용은 지난 8월 평양 중심가의 지구당 간부가 일반 당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습 때 찍은 사진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양복 차림 김정은 9월 방중 때 촬영한듯
노동신문 화보에 실린 사진은 김정일의 9월 방중 기간 촬영된 것으로 보이며 김정은은 양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세훈 국가정보원 원장도 지난 13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김정은의 최근 사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7년부터 김정은 우상화 자료와 노래 등을 보급해 왔지만 김정은의 사진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 찬양가요인 ‘발걸음’은 2007년 만들어져 군ㆍ경찰ㆍ노동당 순으로 보급했으며, 외부에는 지난해 처음 알려졌다.
김정은의 사진은 김정일의 일본인 전속 요리사 후지모토가 공개한 10세 전후의 것과 스위스 베른 유학시절에 학교ㆍ동창 등을 통해 흘러나온 10대 때 사진 3∼4장이 전부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들 중 일부가 김정은의 사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편 도쿄신문이 입수한 노동당원 교육용 문서는 "청년대장 김정은 대장동지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가 선군(先軍ㆍ군사우선) 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로 교육시켰으며 문무를 겸비한 걸출한 정치가, 무적필승의 명장의 자질과 품격을 갖추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며 권력승계의 정통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모친인 고영희(2004년 사망)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어머니"라고만 했을뿐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도쿄신문은 북한이 일반당원들에게 김정은 찬양 내용을 암기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학습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희ㆍ김정은 절대 권력 행사 힘들다"
반면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전 일본 방위상은 지난 16일자 홍콩의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 `준비 중인 김정일의 여동생'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노동당 경공업부장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 자리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이케 전 방위상은 지난 6월 김정은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리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교통사고 사망 사건에 김경희가 연루돼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는 김경희가 김 위원장의 사후에 권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에 대해서는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해 김 위원장처럼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는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부인으로, 지난 6월부터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거의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김경희는 곧 나 자신이므로 김경희의 말은 곧 나의 말이요, 김경희의 지시는 곧 나의 지시"라고 말할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 고이케 전 방위상은 전했다.
그는 또 김정은ㆍ김경희 모두 권력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기 때문에 김정일 사후의 북한 체제는 매우 불안정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