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회복 대비 경영전략(사설)

일본의 엔화가 강세 국면을 유지하면서 우리경제는 완연한 회복 기미다. 엔화는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달러당 1백28엔대였다. 지금은 1백10엔대 수준으로 불과 한달여 사이에 14%나 떨어졌다. 이같은 엔고 행진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수출이 늘면서 경제회생의 밝은 빛이 보이고 있다.경제가 다시 회복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인가. 과거에도 여러차례 기회를 놓쳤던 경험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허송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첫째로 조직정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불황을 겪으면서 고비용·저효율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것이 판명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의 슬림화, 다운사이징(감량경영) 등 군살빼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임금은 민주화 이후 엄청나게 상승했다. 국가경쟁력의 바탕이던 저임금요인은 사라지고 오히려 고임금이 저해요소로 떠오른 것이다. 노동법 개정, 명퇴·조퇴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됐으나 새로운 사회문제만을 야기시켰을뿐 별다른 경제회생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거품제거에 더 박차를 따라서 호황이 시작될 때 거꾸로 조직의 거품을 제거해 볼 것을 제안한다. 불황 속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만 호황일 때는 여기저기에 일자리들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장용품및 유통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일본의 가오(화왕)사는 호황일 때 사람들을 내보내고 불황일 때는 오히려 전혀 해고하지 않는 경영철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이런 정책이 조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자아내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일본 기업들로부터 또 하나 배워야 할 것은 불황타개를 위한 광고 전략이다.기업에 따라서는 호황때 보다 더 많은 광고비를 쏟아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경기가 회복되자 이 회사는 광고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둘째로 재무구조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보면 취약하기 짝이 없다.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적으로 20%를 밑돌고 있고 자산의 구성 측면도 수익창출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불필요한 자산을 많이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결국 원가에 압박을 가져와 매출액 이익률도 2%가 채 안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불황일수록 광고 많이 이번에 다시 호황이 찾아 온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자세로 재무구조 개선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불필요한 자산을 과감히 제거해 나가야 한다. 새롭게 창출되는 수익으로는 악성부채부터 차근차근 정리, 다음에 닥쳐올 불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환율변화에 취약한 체질도 개선해야 한다. 외환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에서는 흑자를 내고도 환차손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고객관리가 생존의 기초 셋째로 생산성 향상에 매진해야 한다. 우리기업들이 항상 느끼고 있으면서도 잘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생산성 향상이다. 대충대충 하자는 국민성에도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는 품질의 문제만큼은 완벽할 정도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세워야 한다. 새기술·새상품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제품을 튼튼히, 불량없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경쟁하고자 하는 외국기업들은 1백만개 중 두개 정도의 불량을 내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1백만개 중 1백개 이하의 불량을 내는 것을 대단한 과제로 삼고 있는 수준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생산자, 소비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로 고객중심경영을 실천해야 한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들은 자칫 자만하기 쉽고 이런 과정에서 무시되기 쉬운 것이 고객관리다. 물건이 잘 팔리는데 몇몇 고객쯤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 번 신뢰를 갖기 시작한 고객은 평생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황일 때 기업을 지탱케해 주는 것이 바로 평생고객이다. 진로의 소주 「두꺼비」의 눈물이 호소하고 있는 대상이 바로 이런 고객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제는 고객에 대한 관념이 많이 나아지고 있으나 경쟁국에 비하면 아직도 걸음마 단계이다. 고객을 바로 모시는 것이 생존의 기초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엔화의 절상으로 우리 경제가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는 지금이 기업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과거에 실천하지 못했던 이 과업을 지금부터 준비, 구조개선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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