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다가구ㆍ다세대주택 지역의 재건축 규정을 대폭 완화하기로 하자 서울시가 자원낭비 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17일 입법예고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단독주택을 포함한 다가구ㆍ다세대주택지에 대해 준공 후 10년 이상 지난 주택이 해당지역 안에 있는 건물 수의 30%를 넘으면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20년 이상 지난 노후ㆍ불량 건축물이 해당지역 안에 3분의2 이상 돼야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재건축이 가능한 최저가구 수도 현행 300가구에서 200가구로 줄였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난개발과 자원낭비를 초래하고 주택 형태가 아파트 일변도로 바뀔 것’이라며 반발했다.
시 주택국의 한 관계자는 “개정안대로면 10년 이상 된 주택이 30%만 넘으면 나머지 70%는 지은 지 10년도 채 안된 멀쩡한 주택들이라도 모두 헐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요건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개정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만 완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건의안을 입법예고가 끝나는 다음달 6일 이전에 건교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단독주택 및 다가구ㆍ다세대주택지의 경우 대부분 2종(용적률 200%) 일반주거지역으로 재건축시 수익성 여부와 주민간 이해충돌 등으로 동의요건을 충족시키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가 지나치게 과민 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다가구ㆍ다세대주택 재건축은 지난 2003년 7월 도정법에 관련 규정이 생기면서 가능해졌으나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추진이 어려웠다. 지금까지 재건축을 위해 시에 정비구역 지정 신청을 한 곳은 동작구 국립현충원 인근 정금마을 한곳뿐이다.
건교부는 서울시의 반발과 관련, 각 지방자치단체의 민원과 애로를 들어주고 열악한 다세대ㆍ다가구 지역의 재건축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개정안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승기 건교부 주거환경과 사무관은 “공동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후ㆍ불량도가 심하고 주차 및 일조환경 등이 열악한 다세대ㆍ다가구주택의 재건축을 활성화하자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라면서 “각 지자체간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서울시가 건교부와의 협의 없이 언론에 서울시의 입장을 밝힌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