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이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와의 외자유치 및 지분매각 협상 사실을 공식화 한 가운데 론스타의 외환은행 신주인수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6,000억~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액면가보다 높은 정부와 현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의 지분 매각 규모를 줄이는 대신 액면가 미만의 신주발행을 최대한 늘린다는 포석이다. 이를 통해 론스타는 지분율을 높이고 외환은행은 `뉴 머니(신규자본)` 유입을 최대한 늘려 경영정상화에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론스타에 매각 `시간문제`= 외환은행은 그동안 외자유치에 대해 일체 함구로 일관했으나 지난 28일 이사회를 통해 `론스타와의 배타적 협상`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여전히 외자유치 규모나 거래구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 외환은행의 공식 입장이지만 협상이 이미 상당부분 진척됐음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것이다. 외환은행은 게다가 액면가 이하의 신주발행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개최일을 오는 9월16일로 못박아 늦어도 9월 중순까지는 최종 계약서에 서명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이에 따라 `유일한 협상파트너`인 론스타측과 늦어도 다음달까지 양해각서(MOU) 체결 등 기본합의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신주인수 6,000억~7,000억원 달해= 외환은행은 지금까지의 협상을 통해 수출입은행(32.5%)과 코메르츠(32.55%)가 보유하고 있는 구주 일부를 액면가 이상으로 매각하고 신주는 액면가 밑으로 발행해 가능한 많은 지분을 넘겨주면서 외자유치 규모를 확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뉴머니`를 원하는 외환은행과 `경영권`을 원하는 론스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절충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론스타의 신주인수 규모는 당초 시장에 알려졌던 3,000억원이나 외환은행이 목표로 했던 5,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6,000억~7,000억원 수준에 달하며 협상상황에 따라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구주매각 분까지 포함하면 총 매각규모가 1조원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은 다만 대략의 인수규모에만 합의했을 뿐 구체적인 주당 가격 등은 절충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걸림돌은 없나= 금융권의 한 소식통은 “양측은 여전히 기존 대주주간 지분매각 비율과 주당가격 등에서 일부 이견을 보이고 있으며 론스타측이 한때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세워 협상이 진통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론스타측은 현대계열사를 비롯한 부실기업 여신에 대한 풋백옵션(사후손실보장) 보장을 요구했으나 외환은행과 정부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론스타는 또 당초 지난해 말 결산자료를 토대로 실사를 벌인데 이어 6월 말 상반기 결산을 기점으로 재차 실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부분이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