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시장개방과 로펌의 경쟁력

[동십자각] 시장개방과 로펌의 경쟁력 임석훈 shim@sed.co.kr 국내 법률시장은 지금 폭풍전야다. 이르면 내년 말 시장개방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그 분수령이 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법조계 일부에서는 개방 유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국내 법률시장에 대한 미국의 지대한 관심을 감안하면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이 활짝 열리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 로펌들에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시점이다. 벌써부터 ‘토종’ 로펌은 하나도 살아남기 힘들 거라는 극단적인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개방은 곧 국내 로펌으로서는 시련 그 자체다. 국내 금융시장을 보면 개방의 여파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은행ㆍ증권ㆍ투신업 등 모든 분야에서 외국계의 입김이 막강한 게 국내 금융시장의 현주소다. 토종펀드ㆍ토종자본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선진 금융기법과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외국 금융기관에 맞설 수 있는 토종이 없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법률시장도 이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현재와 같은 국내 로펌의 ‘맷집’ 수준이라면 외국 업체와의 경기 초반에 넉다운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들의 최근 행보는 절박함은 고사하고 한가함에 가깝다. 심하게 말하면 ‘적전분열’ 양상이다. 경쟁력을 키워 이겨내보자는 결의를 다지기는커녕 “너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며 상대방을 비난하기 바쁘다. 토종끼리 싸우다 안방을 다 내주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다. 쓰나미(지진해일)에 비견되는 곧 닥쳐올 개방 파고에 대비하는 고민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제휴 모색 등 대응책은 이미 마련해놓았으니 별 염려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까.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 토종 로펌들에 필요한 것은 자기만 옳다며 아웅다웅 다투는 게 아니라 대형화ㆍ전문화 등 내실 다지기를 통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시간이 별로 없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입력시간 : 2006/06/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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