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1일부터 시행예정인 교통법규 위반자에 대한 할증제를 놓고 논란이 많다. 사고를 줄이자는 것은 좋지만 교통법규위반을 할증료에 연계시킨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정부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을 정도다. 재정경제원의 시행강행 방침에 대해 건설교통부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건교부는 할증료 도입에 따른 문제점을 들어 재경원의 시행논리를 반박, 결과가 주목된다.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통위반 건수는 자동차 1대당 연간 1회꼴로 일본의 0·12회보다 8배나 많다. 해마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1만명을 넘어서 세계 최악이다. 최근 10년간 교통사고에 따른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액은 총 20조원에 달한다. 이를 개선해보자는 것이 재경원의 원래 취지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우선 교통법규위반자에게 보험료를 최고 50%까지 할증하고 무사고 운전자에게는 최고 8%까지 할인하는 할증제는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할증과 할인대상 교통법규가 다르기 때문이다. 할증은 11대 중대교통사고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할인은 11대 위반행위는 물론 일반교통법규도 위반하지 않아야 한다. 또 3년간 무사고 운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건교부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는 도로나 주차시설이 열악,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가 양산되고 있다. 할인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할증료가 교통법규위반 범칙금과 성격이 같아져 경찰이 보험료 결정권까지 행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교통경찰이 선진국처럼 선도위주가 아니라 단속위주라는 것은 운전자라면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법규위반자와의 마찰이 심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들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불신풍조 심화도 우려된다.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재경원이 보험회사의 수지개선만을 염두에 두고 할증제를 도입한 것이 아니냐는 데 있다. 할증료 시행에 앞서 충분한 여론수렴이 없었던 탓이다. 우선 시행을 연기하고 공청회 등을 통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밀어붙이기식 강행은 보험가입자들의 집단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무보험차량의 급증도 그 가운데 하나다. 뭐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