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세계경기 침체 등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는 대구ㆍ경북지역 섬유업체 상당수가 경영압박을 견디지 못해 부도를 내거나 스스로 문을 닫고 있다. 특히 섬유업체의 이 같은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44개 섬유업체가 부도 등으로 쓰러진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역의 대표적인 중견 업체인 S사가 최근 자금난으로 부도난 것을 비롯, 이 달 들어 중견 섬유업체 4개사가 부도를 내는 등 올 들어서만 11개 업체가 쓰러졌다.
세계 경기침체와 고유가 등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스스로 공장을 폐쇄하는 업체도 이어지고 있다. 대구의 섬유업체인 또 다른 S사의 경우 최근 국내 생산라인을 완전 폐쇄하고 중국 칭따오 공장만 가동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IMF이후 교직물ㆍ팬시 등 차별화 된 제품 생산으로 구조조정에 성공한 업체로 평가 받았으나 이 같은 결정을 내려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 D사 역시 무역사무소만 제외하고는 생산시설을 모두 매각했다. 이 회사는 경영자가 대를 이어가며 지역에서 섬유업에 종사해온 대표적인 중견업체다. 대형 섬유업체로 꼽히는 T사도 주력 분야인 섬유에서 발을 빼기위해 단계적으로 직기를 중국 등으로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지역 중ㆍ대형 섬유업체 상당수가 생산라인을 폐쇄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때문에 한 때 5만대에 이르던 대구ㆍ경북지역 직기는 중국 등 후발국으로 팔려 나가거나 폐기 처분돼 지난해말 3만5,000대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다시 3만여대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섬유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두 달간 지역 섬유경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염색공단 가동율이 30% 수준에도 못 미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어 부도나 공장폐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김태일기자 ti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