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에너지기술연] 세계적 에너지 구두쇠빌딩 `화제'

「330평짜리 빌딩의 연간 에너지 총 비용이 957만원」이 정도면 에너지 절약에 관한 한 세계 최고수준이다. 대덕 연구단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가 최근 세운 3층 짜리 초에너지절약 빌딩이 바로 「에너지 구두쇠」의 주인공이다. 일반 빌딩의 경우 3층, 연건평 330평 규모이면 1년에 냉·난방, 조명 등에 모두 5,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구두쇠빌딩은 그 18% 밖에 안든다. 1년에 4,200만원 이상의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이 빌딩은 에너지 절약의 대안과 모델을 몸으로 웅변하고 있다. 에너지 구두쇠빌딩이 이처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비결은 현존하는 에너지 절약기술을 총동원하다시피 했기 때문. 초에너지절약빌딩을 설계한 서항석박사는 『앞으로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시뮬레이션대로 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빌딩에는 모두 72가지의 에너지절약 기술이 숨어 있다. 먼저 이 빌딩의 남쪽을 덮고 있는 폭 2㎙, 높이 11㎙의 「공기 커튼」. 공기 커튼은 남쪽 외벽을 이루는 두 개의 유리벽 사이에 들어 있다. 겨울에는 커튼 안의 공기가 태양열로 45℃까지 데워진 뒤 각 사무실로 흘러간다. 겨울에 온풍기를 틀어놓는 것과 같다. 여름에는 반대다. 북쪽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이 불어와 남쪽의 공기 커튼으로 흘러간다. 이 바람이 더운 실내 온도를 떨어뜨린다. 여름의 더위는 바람으로 식히고, 겨울의 추위는 태양열로 물리치는 것이다. 땅 속에도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지열을 이용하는 「쿨 튜브」(COOL TUBE)가 그것. 쿨 튜브는 70㎙ 떨어진 숲 속까지 땅 밑 4~6㎙ 깊이에 뭍혀 있다. 숲의 신선한 공기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땅 속 6㎙의 온도는 6월에는 평균 13℃, 11월에는 평균 17℃다. 땅 위와는 반대로 땅 속은 여름이 겨울보다 온도가 낮다. 여름의 따뜻함이 땅 밑에 도달하려면 대여섯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30℃를 웃도는 뜨거운 숲속 공기가 땅 속의 쿨 튜브를 지나오면서 시원하게 식는다. 겨울에는 찬 공기가 쿨 튜브를 거치면서 데워진다. 튜브 입구에는 향긋한 라벤다, 로즈메리가 심어져 있다. 「구두쇠 빌딩」에서 볕이 잘 드는 남쪽 벽에는 태양열 집열판, 건물 지붕에는 태양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태양열 집열판에서 얻은 따뜻한 물은 냉·난방에 이용한다. 태양전지는 사무실에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이 빌딩은 에너지 재활용도 철저하다. 건물에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붙잡아 다시 쓰는 아이디어가 곳곳에 숨어 있다. 가스연소 뒤 나오는 폐열로 온수를 만드는 열병합 발전기, 여름에 남은 찬물을 저장하는 냉수 축열조, 겨울에 남은 뜨거운 물을 저장하는 온수 축열조, 밤에 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단열 덮개 등이다. 徐박사는 『점심, 휴식시간에는 강제로 불을 끄고 실내가 너무 밝으면(500럭스 이상) 자동으로 불이 꺼진다』고 설명했다. 「구두쇠 빌딩」은 이처럼 무궁무진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에너지 고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환경에도 해가 적다. 이 빌딩은 유일한 단점은 건축비가 비싸다는 것. 에너지절약 빌딩의 건축비는 평당 670만원. 다른 건물은 평당 400~500만원 정도다. 이 빌딩이 절약한 에너지로 비싼 건축비를 맞추려면 15년 정도가 필요하다. 徐박사는 『이 건물은 경제성보다는 각종 에너지 절약기술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시범 건물이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이 다른 곳에 이용되면 건축비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환경 문제까지 생각하면 이 빌딩의 가치는 매우 크다는 평가다.【김상연 기자, 대전=과학문화지원단 성낙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의 초에너지절약 빌딩 외관. 정면에 보이는 것이 공기 커튼을 담고 있는 유리벽이며 지붕에는 태양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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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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