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해외 상장 中기업 투자 '경보음'

장부조작하고 횡령에 뒷문 상장까지

뉴욕과 홍콩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투자에 요란한 경보음이 켜지고 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기업의 해외 상장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지만 회계 부정, 횡령 등으로 거래 정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증시 퇴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기업의 비리가 드러나 해당 기업 주가 폭락으로 개미 투자자는 물론 유명 헤지펀드까지 큰 손실을 입고 있다. 한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인 고섬도 최근 회계 부정 의혹이 불거지면서 해당 기업 주식이 거래 정지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들어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공시 및 회계 비리 의혹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기업 전반의 투자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삼림업체인 시노 포리스트는 지난 2일 연구조사회사인 무디 워터스가 매출과 보유 삼림 가치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이 회사의 시가총액 3분의 2 이상이 허공으로 날라갔다. 이 여파로 시노 포리스트에 투자했던 소액 투자자는 물론이고 대형 펀드들이 심각한 투자 손실을 봤다. 특히 미국의 금융위기를 예견하고 주가 하락에 배팅해 큰 돈을 번 억만장자 존 폴슨이 운영하는 370억 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도 단 이틀 새 5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조립업체인 차이나 포리스트리는 최고경영자가 구속되면서 지난 1월부터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이 회사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의 유명한 사모펀드 그룹인 칼라일이다. 홍콩 소재 컨설팅 회사인 코브레&김의 윌리엄 맥거번 파트너는 “기존 해외상장 중국기업의 신뢰가 급락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중국기업들이 엄청난 애로를 겪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의 신뢰 추락은 시노 포리스트리 같은 대형 기업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뉴욕증권거래소나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중소형 기업 중에서 지난 1년간 회계 부정 의혹 등으로 거래가 정지된 기업이 21개에 달했고 이중 5개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중소형 중국기업의 비리 의혹이 잦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들 기업들이 정식의 기업공개 절차를 통해 상장하지 않고 기존 상장기업 인수를 통해 뒷문으로 들어오는 이른바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공개를 거칠 경우 엄격한 회계 장부 검사 등 까다로운 절차가 이뤄지지만 우회상장은 이 같은 과정을 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상장이 쉽다. 이러다 보니 자격 미달의 기업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150개가 넘는 기업이 이 같은 우회상장을 통해 뉴욕 증시에 들어왔다. 이들 기업들은 우회 상장 전에 유명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아 신뢰도를 높인 이후에 상장에 성공한 후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상장 기업의 부실 문제가 불거지자 미국 증권당국은 이들 기업들의 우회상장을 도와준 회계 감사 조직과 컨설팅 회사에 대한 조사 착수에 나섰지만 중국 감독당국의 비협조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가 산출하고 있는 미국내 우회 상장된 중국기업 주가지수는 올 들어 40%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 줄어들었다. /베이징=이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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