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분권형 국정운영 "더 강화"

盧대통령, 국회파행 촉발 李총리 두둔속 내년 상반기부터 국무회의 주재권 맡길듯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파행으로 야기된 여야 정국대치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9일로 국회파행 13일째를 맞은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문제해결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한나라당 폄하’ 발언으로 국회파행을 촉발시킨 이해찬 국무총리를 두둔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국회 의석의 3분의 1을 차지한 국정운영의 파트너 한나라당을 자극, 정국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총리 임명권자인 노 대통령은 9일 오전 다른 공식일정이 없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이해찬 총리에게 정례 국무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 이 총리의 국무회의 주재는 국회파행 기간이었던 지난 2일에 이어 두번째이며 오는 12일부터 이뤄지는 노 대통령의 순방 때인 16일까지 포함할 경우 연달아 세번째이다. 노 대통령은 또 집권 3년차를 맞는 내년 상반기 중 국무총리가 일상적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이른바 ‘분권형 국정운영’을 한층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내년부터 분권형 국정운영을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면서 “노 대통령이 최근 당에 총리 선출권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은 내년 상반기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총리가 국무회의를 대부분 주재하도록 권한을 위임하고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각 부처와 청와대 비서실, 나아가 국정원과 기무사령부 등 대통령 직할기관도 총리에게 각종 보고를 하도록 조치, 국정운영을 체계적으로 위임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이 총리에게 국무회의 주재권을 넘기고 청와대가 그동안 추진해온 ‘분권형 국정운영’ 강화 방침이 여권에서 다시 흘러나오는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금은 이 총리가 국민 다수와 야당으로부터 자신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요구를 받으며 궁지에 몰려 있는 미묘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개혁입법과 예산안 심사 등 민생현안이 산적한 국회가 자신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과 그 이후 사과거부 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쟁점 정치사안에 대해 사사건건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지나치게 개입, 논란을 불러온 노 대통령의 그동안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다. 국회파행에 대해 노 대통령이 이처럼 마치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태도는 전반적인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5일 자신들의 이 총리 파면요구에 대해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데 대해 “야당을 무시하고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빡빡한 해외순방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잡한 국내 정치와 일상적 국정운영의 부담을 덜려는 것이란 긍정적 해석과 함께 국가보안법 개폐 등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4대 개혁법 처리에 앞서 한나라당과 기세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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