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발표된 ‘2009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은 이명박 정부가 ‘분배’에서 ‘성장’으로 나라살림의 무게중심을 옮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편성에 대해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 제고 ▦감세를 통한 내수기반 확충 ▦모든 사업 제로베이스에서 검토라는 세 가지 기조를 제시, 이 같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배국환 재정부 차관도 브리핑을 통해 “새롭게 도입되는 복지사업도 있고 복지지출은 일부러 늘리지 않아도 어차피 재정규모 증가율보다 빠르게 늘게 돼 있다”면서도 “내년 재원배분은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복지지출은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확정될 내년도 예산과 향후 5년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복지분야 지출 증가는 최대한 억제하고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만한 복지예산 수술 들어간다=재정운용에 있어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차이는 복지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나온다. 참여정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주력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궁극적인 분배 개선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해 예산낭비를 막는 한편 개인별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 복지재정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면서도 수혜자의 복지 혜택은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새 정부의 입장이다. 배 차관은 “기초생활보장금 등의 부정수급자만 가려내도 불필요한 재원을 절약해 신규 복지사업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복지지출 규모가 뒷걸음치지도 않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은 8% 수준으로 선진국 수준인 20%대를 향해 꾸준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에 대거 도입된 기초노령연금ㆍ근로장려세제ㆍ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하는 데 소요되는 고정지출만으로도 재정규모 증가율 이상으로 복지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 5년간 연평균 11.3%에 달했던 가파른 복지지출 증가세는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트한 ‘성장 중심’ 재정전략=대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사업에는 재정 투자가 대폭 늘어난다. 이명박 정부의 10대 재정운용전략 가운데 상위 3개 전략이 ▦일자리 창출과 7% 성장 뒷받침 ▦감세를 통한 시장활력 제고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 강화인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4%대 저성장을 전제로 복지지출을 대폭 늘려 GDP 대비 33% 수준의 국가채무를 떠안았던 참여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는 조세부담률을 1~2%포인트 낮추고 7%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경제활성화에 주안점을 둔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대신 국가채무 비중은 30% 이하로 떨어뜨리도록 재정을 ‘타이트’하게 운용할 방침이다. 성장 중점적 재정운용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는 기초ㆍ원천연구와 만성적 기술수지 적자 분야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 동안 1.5배로 확대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비효율적인 분산투자 대신 완공 위주의 ‘몰아주기’ 투자로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특히 SOC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비 차질을 야기하는 땅값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리 저가의 공공용지를 확보해두는 토지비축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부가가치 전략 육성산업인 문화 콘텐츠 산업이나 고용창출 효과가 큰 서비스산업 등에 대한 지원도 늘릴 방침이다. 이밖에 기후변화 및 에너지개발 관련 투자도 확대 대상이다.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한다는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되는 분야에 예산투입을 늘릴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신입생 대상으로 지원하는 기초생보자 장학금을 오는 2011년까지 대학생 전원으로 확대하고 대학의 연구력 및 교육역량을 향상해 현재 국내에 3개에 불과한 세계 200위권 대학을 2012년에는 10개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