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학대와 방임 실태<br>작년 학대신고 5년전보다 2배 증가<br>80% 이상이 친부모 20%도 근친이 가해<br>복지사, 사법권 없어 구제 한계
| 아이의 신체에 이 정도의 상처가 남았는데도 '교육 차원' 이나 '사랑의 매' 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분풀이로 휘두른 매는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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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학대는 75% 이상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여성의 전화' 연합 회원들이 가정폭력 추방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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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대신 살포시 안아주세요."
지난해 11월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가정폭력 추방 행사에서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와 포순이가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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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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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아빠! 아파요~ 때리지 좀 마세요"
■ 아동학대와 방임 실태작년 학대신고 5년전보다 2배 증가80% 이상이 친부모 20%도 근친이 가해복지사, 사법권 없어 구제 한계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아이의 신체에 이 정도의 상처가 남았는데도 '교육 차원' 이나 '사랑의 매' 라고 변명할 수 있을까. 분풀이로 휘두른 매는 신체 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남긴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동학대는 75% 이상 가정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한국여성의 전화' 연합 회원들이 가정폭력 추방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폭력 대신 살포시 안아주세요."
지난해 11월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열린 가정폭력 추방 행사에서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와 포순이가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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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철(가명)이는 노숙자 아버지와, 역시 노숙을 하는 아버지의 내연녀에게 신체적 학대를 받았다. 서울마포아동학대예방센터가 발견했을 당시 민철이는 다리를 절고 있었고, 얼굴과 등엔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으며, 눈의 실핏줄이 터진데다 머리에 붓기까지 있었다.
민철이는 11살이지만 체격은 7~8살로 보일 정도로 작고 말랐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온몸에서 악취가 진동했다. 민철이는 신체적 학대와 함께, 또 다른 아동학대의 유형인 방임 속에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보호센터는 민철이를 아버지로부터 분리해 보호하는 한편 곧 이어 민철이의 두 동생을 찾아 나섰다. 노숙자들을 탐문한 결과 민철 아버지는 민철이의 두 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앵벌이를 시킨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센터는 며칠 동안 거리를 뒤져 앵벌이를 하고 있는 민철이의 두 동생을 찾아냈다. 두 아이 또한 민철이와 마찬가지로 몸집이 또래보다 작았으며, 때에 절어 냄새를 풍겼다. 먹을 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한편 느닷 없이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민철이 삼남매는 보호시설에서 살며 조금씩 몸과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있다.
뒤늦게 드러난 일이지만, 민철 아버지와 내연녀로부터 학대 받은 아이는 삼남매 뿐이 아니었다. 내연녀가 민철이 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낳은 사남매와, 민철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새로 낳은 갓난 아기까지, 도합 8명의 아이가 폭력과 방임 속에 거리의 아이들로 크고 있었다.
민철 아버지는 요즘도 시시때때로 보호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 자식들 내놓으라”고 큰소리를 친다고 한다. 그래야 국민기초생활 수급액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에서는 아이들이 과목당 수백만 원 짜리 과외를 받고, 부모의 과보호를 지긋지긋해 하는 동안 또 한 켠에서는, 이 같은 끔찍한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교육 정책이 정권의 지지도를 좌우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 땅에서 지난해에만 8,000건의 아동보호 긴급 신고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신고된 숫자 8,000건은 드러나지 않은 학대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라고 판단한다.
또 학대 받은 아이들의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남기도 한다. 어른이 돼서도 대부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트라우마), 플래시백(사소한 일에도 끔찍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성격장애, 사회부적응 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외국의 경우에는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처럼 학대당한 유년기의 경험을 남들에게 털어놓으며 과거와의 화해를 선언하는 사람도 있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깊은 상처를 꼭꼭 숨긴 채 일생을 살아야 하는 게 보통이다.
일반인들은 아동학대의 원인이 십중팔구는 ‘빈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빈곤층에서 아동학대가 더 많이 발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빈곤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아이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와 아이를 키우기 위한 준비의 부족을 꼽는다.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하고 정성껏 돌볼 준비가 덜 된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여러 가지 이유로 아동학대를 일 삼는다는 뜻이다.
이번주에는 과보호와 지나친 교육열이 문제가 되고 있는 대명천지의 그늘,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동학대의 음습한 현장을 들여다 보았다. 』
사례#1
학대 부모에서 분리돼 보호시설에서 살고 있는 12살 기찬이는 자꾸만 화가 난다. 왜 화가 나는 지도 모르는데 자꾸 화가 나서 동생 기태(11살)를 때리거나 물건을 때려 부순다.
기태도 마찬가지다. 형 기찬이에게 이유없이 맞기도 하지만 사실 형과 한 편이 돼서 시설의 다른 아이들을 때리거나 물건을 때려 부술 때가 더 많다.
기찬이와 기태의 여동생 슬기는 여우 같은 아이다. 예쁘장한 외모와 애교로 사랑 받지만 선생님들이 없을 땐 무섭게 돌변해 다른 아이들을 할퀴고 꼬집는다. 막내 기준이는 형들과 누나를 따라하느라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사남매 모두 또래 아이들보다 2살 정도는 체격이 작다. 그러나 욕을 하고, 싸움을 하고, 성적인 단어를 쓰는 것은 어른 못지않다.
사남매는 시설에 오기 전 엄마와 함께 단칸방에서 살았었다. 엄마는 매일 술타령이었고, 집안은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악취와 술병, 쓰레기에 뒹굴며 자랐다. 엄마가 집어던지는 물건에 맞아 멍이 들고 손찌검에 살이 찢기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내연남이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됐다. 집이 단칸방이다 보니 밤이면 밤마다 엄마의 성행위 장면을 보게 됐다. 아이들은 이때부터 낯뜨거운 성적인 표현을 입에 담게 됐다.
현재 사남매의 엄마는 아이들이 현재 머물고 있는 단기 보호 시설에서 장기 보호시설로 보내기로 했다. 아이 엄마는 "그게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례#2
선아는 10살이 되도록 학교 문턱에도 가 본적이 없다. 또래는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닐 나이지만, 선아는 주민등록이 말소된 탓에 취학통지서도 나오지 않았다.
선아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엄마 아빠로 알고 있다. 가끔씩 여자를 데리고 집에 와서 잠시 머물다 가는 '오빠'가 진짜 아빠였지만 선아는 알지 못했다.
어느날 할아버지 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지자 선아는 119에 전화를 했다. 선아는 아무도 찾지 않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병상에서 2주 동안이나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지냈다. 선아에게는 제대로 못 먹고 안 씻는 게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간호사들의 신고로 보호시설에 들어가게 됐다.
선아가 시설에 들어간 지 한 달도 채 안 돼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사실상 고아가 된 셈이다.
선아는 하늘나라로 간 엄마(할머니)에게 편지를 쓴다.
'엄마, 나 이제 학교 다녀. 친구도 생겼어. 엄마, 하늘나라에서 잘 있어야 해.'
아직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엄마인 줄 아는 선아의 꿈은 만화가가 되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센터나 보호시설의 사례로 보고된 아동학태 실태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학대 사례 또한 상당할 것으로 추정한다. 사회 일각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정서적 학대와 방임 증가
현행 아동복지법은 학대 유형을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학대 ▦방임 및 유기의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아동'이라 함은 만18세 미만의 자를 뜻하며, 아동학대 행위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아동복지법이 모든 피학대 아동을 보호할 수는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동복지법이 있는 지도 모르고 있으며, 일부는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대 유형 중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정서적 학대와 방임 및 유기다. 과거의 관심은 주로 신체적 학대에 집중됐으나, 최근 들어 아동을 모욕해 심리적 상처를 주는 정서적 학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정서적 학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 때문에 실태 파악 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방임의 범위는 넓다. 교육을 시키지 않거나, 필요한 의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쓰레기통 같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방임에 해당한다.
김정아 서울마포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복수가 가득 찰 정도로 의료적 방임을 당한 아이가 결국 사망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느냐"면서 "이웃의 아이가 학대 받는 모습을 볼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동복지법에는 교사, 의료인, 복지시설 종사자 등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사생활 부분을 예민하게 여기기는 마찬가지라 적극적으로 신고하기는 쉽지 않다. 한 대학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의사들은 상처를 보면 넘어지거나 부딪쳐서 생긴 것인지, 맞아서 생긴 것인지 구별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황이 확실치 않은 상태서 신고부터 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준비 안 된 부모들
요즘 같은 세상에 과연 누가 친자식을 괴롭힐까 싶지만, 사실 아이를 학대하는 장본인은 80% 이상이 친부모다. 나머지 20%도 근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학대의 경우에도 이러한 경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한 아동보호 전문가는 "친아버지가 성학대를 저지르는 경우도 꽤 된다"며 "나머지 대부분도 할아버지나 삼촌 등 근친이 저지르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친권자가 아이를 괴롭히는 이유는 뭘까. 일반인들은 흔히들 빈곤 문제를 떠올리지만 전문가들은 '아이 키울 준비'를 강조한다.
김 팀장은 "아이와 기질적으로 안 맞거나, 성격차이가 심하다는 이유, 또는 양육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를 때리는 사람도 꽤 있다"며 "대학 교수 같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이를 학대한다면 이것은 아이를 키울 준비가 안 된 경우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아이를 (사랑이 필요한) 아이로 봐 줄 수 있는 준비, 아동권리의 관점 이전에 인격체로 상대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며 "아이의 연령별 발달 과정과 그에 적당한 기대수준을 미리 알아 두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동학 전문가 김유미 씨는 "신고된 아동학대 부모 중 절반 정도는 알코올 문제가 있거나 정신 질환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들만의 문제로 볼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모에게 알코올 문제 등이 있는 가정은 쉽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만큼 신고율이 높기 때문이다.
■쉽지않은 보호
아버지가 운영하는 구두 수선방에서 침식을 해결하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초등학생 나이였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현장에 출동해 아이를 보호시설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아이 아버지는 절대 반대였다. 아이를 학대로부터 분리하려면 친권자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기관은 결국 아이를 시설로 보내는 걸 포기했다.
한국 사회에서 학대 아동을 보호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주는 한 예.
아동보호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가면 폭력적인 부모들을 만나기 십상이다. 밀치고 욕하는 것은 물론 흉기를 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행정ㆍ사법권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가능한 방법은 설득 뿐이다. 학대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아이를 가정에서 분리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라는 모순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할 때도 있지만, 입건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국의 경우에는 아동학대 가정을 공권력으로 통제한다. 사회복지사들은 이후의 관리를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공권력을 앞세워 가정에서 분리한 아이들이 보호시설과 위탁 가정을 전전하는 일이 생기는 게 미국 시스템의 고민이다.
한편 어디까지가 훈육이고, 어느 선부터가 학대인가의 가치 판단 문제는 정답이 없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아동 권리라는 입장에서 보면 '사랑의 매'는 없으며 어떠한 체벌도 부당한 것이지만, 한국적인 정서에서는 다소 낯설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화가 나서 드는 매는 신체적, 정서적 상처를 남긴다"고 말하고 있다.
● 통계로 본 아동학대 현황
작년 학대신고 전화 5년전 보다 2배 증가
학대 장소 가정이 77%, 빈도는 '거의 매일' 60%
피해 아동 연령대는 초등49% 7세미만 26% 順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전화 1391로 접수된 건수는 1391 전화가 개통된 2001년에 비해 약 2배 정도 증가했다. 일반의 인식 확대가 이뤄져 드러나지 않던 학대가 조금씩 신고되고 있는 게 증가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조사, 발표한 2005년 아동학대현황보고서의 통계 수치들이 보여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유형별 비중=아동학대 사례 유형별 건수를 파악한 결과 두 가지 이상의 학대가 중복된 경우가 1,710건(36.9%)으로 가장 높다. 다음으로는 방임(35.3%), 정서적 학대(11.1%), 신체적 학대(9.1%), 성학대(4.4%) 유기(3.2%) 순이다. 2004년과 비교하면 신체학대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정서적 학대사례가 46.3%나 급증했다.
지난 5년간의 통계를 살펴봐도 신체 학대의 비중이 낮아지는 반면, 방임과 정서적 학대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장소 및 빈도=아동학대가 벌어지는 장소는 '가정 내'가 단연 압도적으로 77.5%로 나타났다. 아동학대 예방 사업이 가정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나, 가정에서 발생하는 학대는 발견이 어렵고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고민이다. 발생빈도를 보면 '거의 매일' 벌어지는 경우가 60% 절반을 넘고 2~3일에 한 번 발생한 경우가 12.3%로 뒤를 따른다. 이는 아동학대가 보호자의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지속ㆍ반복적인 폭력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피해아동 현황=피해 아동은 남아와 여아가 거의 반반 씩을 차지한다. 연령은 초등학생 나이인 7~12세가 48.7%, 7세 미만 25,7%, 13~18세가 전체의 25.5%를 각각 차지했다. 피해아동 가족 유형을 살펴보면 홀아버지 가정이 전체의 33.7%로 가장 많았고, 부모가 다 있는 가정이 25.3%, 홀어머니 가정이 14.2%다. 해체가정이 아동학대 고위험군에 속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편 지난해 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동은 모두 16명이며, 이 중 여야가 12명이었고, 만 6세 미만이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학대행위자 현황=아동학대 행위자의 83.4%가 친부모다. 계부모 및 양부모에 의한 학대는 각각 3.9%, 0.6%에 불과하다. 학대행위자의 성별 구성은 남성이 64.5%, 여성이 34.6%이며 연령은 40~49세가 40.2%, 30~39세가 33%를 차지해, 주로 초등학교 부모 나이에 해당하는 30~40대에 집중 분포했다. 학대의 원인으로는 '양육태도 및 방법 부족'이 가장 높았고 '사회ㆍ경제적 스트레스 및 고립'과 '중독 및 질환 문제'가 뒤를 이었다. 이는 학대가 개인적 기질보다는 양육 방법 부족과 빈곤 등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이 기인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한편 학대자 직업은 무직(25.3%)이고 단순노무직(14.2%) 주부(10%) 서비스 및 판매직(6.6%)의 순이다. 학대 가정의 평균 월 소득은 50~100만 원이 16.1%로 가장 높았고 '소득 없음'과 '50만 원 미만'도 각각 14.3%, 10.2%를 차지했다. 반면 300만 원 이상의 가정은 0.8%에 불과했다. 이는 빈곤 문제가 아동학대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 전문가 인터뷰
유희정
"어린이 신체적 학대 보다 가족 해체 따른 방임 더 심각"
유희정
학대받은 아이들은 신체와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는다. 이 중 신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기 마련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인생 전반에 후유증을 남긴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아이를 독립된 인격체로 보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임상을 통해 얻은 ‘교훈’을 설명했다.
-학대 받은 아이들의 특징은.
“우선 성장 발달에 문제가 나타나 또래 보다 작다. 예전에는 정신사회적인 왜소증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어른들과 애착관계나 호의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수 있으며 공포반응과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더 크면 또래관계에 이상이 나타나거나 성격 장애, 대인관계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방임이나 성학대를 받은 경우도 비슷한가.
“방임하에 큰 아이는 반응성 애착장애가 더 눈에 띈다. 외래에서 보면 낯선 의사를 보고 겁에 질려 다가오지 못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강한 애착을 표시하는 상반된 경우도 있다. 성학대를 당한 경우는 성적인 발달도 비정상적일 수 있다. 방치될 경우 성적으로 문란해지거나, 반대로 남녀관계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정서적인 학대는 어떤가.
“후유증은 다른 종류의 학대와 비슷하다. 신체와 성적 학대는 쉽게 드러나기도 하고 사회적인 경각심도 있지만, 정서적인 것은 프라이버시와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 개입이 안 되고 방치되기 쉽다. 가정으로부터 지지 받고자 하는 것이 정서적인 욕구다. 아이에게 욕을 하거나, 남과 심하게 비교하거나, 감정적인 체벌이 반복되면 정서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이 되기 쉽다.”
-학대자 중 부모가 80%이상이라고 한다. 부모가 직접 병원에 데려오기도 하는지.
“학대했다고 데려오는 게 아니라, 다른 문제로 와서 상담하면 학대인 경우가 많다. 아빠가 때리는 경우에는 할머니나 삼촌 등 친척이 데려오기도 한다. 심한 학대의 경우에는 부모의 알코올 문제가 개입된 경우가 많다.”
-한국의 아동학대가 심각한 편인가.
“한국은 신체적인 것 보다는 방임이 더 문제라고 본다. 특히 농촌 지역에는 엄마가 집을 뛰쳐나간 가정이 많다. 가정이 해체되면서 본의 아니게 방임하는 경우가 큰 문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려면.
“알코올 의존이나 우울증 등 부모에게 문제가 있을 때는 아이가 버겁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럴 땐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부모가 이를 감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육아는 한 인격체를 돌보는 일이다.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 아이의 인생을 부모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인식하면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 덧붙여 아이들의 성교육도 성학대 예방을 위해 중요하게 인식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으로 본다.”
입력시간 : 2006/09/20 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