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공기관조차 외면하는 국민연금

지나치게 보수적인 국민연금기금의 자산운용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4~2006년의 연평균 기금운용 수익률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6.36%에 그친 반면 미국의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13.40%, 캐나다 연금투자이사회(CPPIB) 19.62%,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은 9.85% 등으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0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투자의 기본인 분산투자 원칙을 무시하고 채권에 90% 가까이 투자하는 등 지나치게 안정성에만 매몰된 탓으로 분석된다. 주식과 부동산ㆍ사회간접자본(SOC) 등 대체투자의 비중이 절반을 훨씬 넘는 선진국의 연금운용과 달라진 데는 경직된 조직운영과 비능률적인 의사결정 구조 등이 도사리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2003년 주식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거론했으나 실제로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데 3년이나 걸렸던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큰 수익을 내고도 단 한곳의 투자에서 손실을 보면 문책을 당하는 기금운용본부의 분위기는 비효율적인 기금운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장기적으로 기금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3%포인트 덜어주는 재정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기금운용 방식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면서도 정치인들의 선심성 경쟁으로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기금운용 개선안은 더욱 절실하다. 날마다 800억원씩 잠재적 부채가 늘어나 기금고갈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와 한국학중앙연구원(옛 정신문화연구원) 등 정부 산하 연구기관마저 국민연금을 탈출해 보다 유리한 사학연금으로 옮겨가는 게 오늘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독점해서는 안 되며, 국민연금기금 기금운용본부를 투자공사 방식의 독립기구로 떼어내 자율성을 높여주고 기금운용위원회도 상설화해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민적 불신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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