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9월 18일] 지방분권촉진위의 역주행

지난달 22일 주요 신문들은 대통령소속 지방분권촉진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의 종합유선(케이블TV)방송사업자 인허가권을 지방정부에 이양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지방분권촉진위는 방송 관련 법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수행하고 있는 집행적ㆍ관리적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기로 결정한 것이며 인허가 등과 관련된 방송정책 수립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계속 담당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집행적ㆍ관리적 사무에 해당되는 업무가 무엇인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SO 이양땐견제·감시기능약화 케이블TV는 전국을 77개 사업권역으로 분리해 운영하는 지역밀착 매체다. 지난 1995년 케이블TV 사업이 시작된 이후 케이블TV방송사업자(SO)는 지역채널을 통해 기초자치단체별 뉴스ㆍ정보를 제공해왔다. 케이블TV의 지역매체적 특성은 지방자치제 도입과 함께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지방자치제의 성공은 지방자치단체를 견제ㆍ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지역 지상파방송이 주요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그 숫자가 많지 않아 232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를 취재ㆍ보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방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역할은 SO 지역채널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상적인 보도뿐만 아니라 지역선거에서 SO의 역할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역의원 선거는 SO 지역채널이 없으면 선거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2004년)와 기초단체장 선거(2006년)에 후보 TV 토론ㆍ연설회를 도입했다. 선거법에 의해 후보의 TV 토론ㆍ연설회를 개최해야 하지만 지상파방송이 모든 선거구를 담당할 수 없다. 2006년 동시 지방선거에서 서울(25개)ㆍ경기(31개) 선거구의 기초단체장 후보 TV 토론은 SO 지역채널을 통해 이뤄졌으며 다른 지역 역시 SO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상당수 유권자들은 선거보도를 통해 후보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지역선거에서 후보에 대한 정보 접근이 쉽지 않은 우리의 선거현실을 고려할 때 지역채널의 역할은 선거 민주주의 정착에 무척 중요하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보자. 지방분권촉진위는 지역채널을 운영하는 케이블TV 관련 업무를 지방에 이양하려고 한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미국ㆍ독일을 제외하고 사례가 없으며 케이블TV 업무는 전국적 관리ㆍ조정과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SO 역시 이중규제 및 위성ㆍIPTV 사업자 등과 불공정한 경쟁환경이 조성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반대 이유는 주로 규제와 정책 집행의 비효율성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비효율성으로 SO가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케이블TV 관련 업무가 지방으로 이양될 경우 지방정부에 대한 지역채널의 견제와 감시 그리고 공정한 선거방송이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필자는 지방분권촉진위는 지방자치제의 성공을 위한 정책제안이 주요 임무일 것으로 믿는다. 지방분권촉진위가 케이블TV 방송업무를 지방으로 이양해 어떤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SO 지역채널의 역할을 고려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묻고 싶다. 사업자 규제의 대부분 업무가 인허가권과 관련된 것인데 어떤 것을 지방에 이양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자체·민주주의발전저해우려 방송통신시장의 경쟁심화로 SO에 대한 많은 우려와 견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불필요한 중앙정부의 업무와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같은 이유로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미디어 선거를 통한 선거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가치를 잃을 것인가. 혹여 지방분권이라는 당위론에 붙잡혀 지방분권을 촉진하기보다는 역행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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