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1월 25일] 삼성 재도약의 조건

삼성그룹이 서초동 신사옥으로의 이전작업을 마무리 지었다. 삼성의 서초동 시대 개막은 단순히 사옥 이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제2의 도약’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라는 면에서 삼성맨들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70년간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을 앞세운 삼성의 성과는 눈부셨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일본이 소니로 미국 시장을 휩쓸며 ‘전자 대첩’을 거두자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의 삼성이 뒤이어 소니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귀 따갑게 듣던 ‘미제’ ‘일제’ 전자제품에 대한 동경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삼성이 꿈꾸는 ‘제2의 도약’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글로벌 불황은 삼성만 비켜가지 않는다. 전자제품 매출은 뚝 떨어질 것이고 부품인 반도체나 LCD 부문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현금력을 앞세워 선도 투자를 진행, 글로벌 강자로 올라선 삼성이 그 전략을 계속 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상황에 대한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정치권은 가장 먼저 삼성을 쳐다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막아야 하는 선봉장도 삼성이다. 심지어 하이닉스 같은 경쟁사 사정도 생각해줘야 한다. 시장에서 돈 구경하기가 어려워지자 모두 삼성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삼성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주주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라고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은 ‘컨트롤 타워’ 부재 속에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다. 이건희 전 회장의 ‘1인 직관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어보인다. 삼성은 2000년대 초 바이오ㆍ생명 분야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다 좌초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화학 계열사가 지원하는 구체적인 사업 형태도 검토됐지만 사회적인 반발에 부딪쳐 무산됐다고 한다. 호황 속 강력한 리더십도 실기(失期)를 하는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그룹사장단은 일주일에 한번쯤 모여서 고작 초청 강의를 듣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에서는 위기는 곧 기회란 말을 즐겨 쓴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위기는 그냥 위기다. 서초동 삼성타운은 겉으로는 늠름하지만 실로 위기와 기회의 갈림길에 서있어 보는 이들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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