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용후 核 재처리 방식, 한국 개발 파이로프로세싱이 대안"

[원전시장 현황과 미래] 전문가 대담<br>지속적 원자력 수요위해 평화적 이용기술 확보해야<br>한국 중소형 원자로 안정성등 입증땐 큰 역할 기대<br>원전 선진국 되려면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한 과제

유리 소콜로프 IAEA 사무차장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유리 소콜로프 IAEA 사무차장
이재환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경제발전으로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저탄소 시대까지 맞물리면서 원자력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다. 특히 우리나라가 지난해 말 세계 여섯 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원전은 효율적인 에너지원이면서 새로운 수출산업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서울경제신문은 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유리 소콜로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과 이재환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과 만나 세계 원전시장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한국 원전산업의 방향 등을 들어봤다. 소콜로프 사무차장은 IAEA에서 원자력에너지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하나로 원자로' 15주년 특별 세미나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이날 대담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협상 중인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방식과 관련, 우리 측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고속증식로의 '파이로프로세싱(고온건식재처리)'을 "적합한 대안"이라고 높이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환 이사장=최근 세계 각국이 원자력 발전을 잇따라 도입하고 재가동하면서 원자력 전성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유리 소콜로프 사무차장=요즘 들어 원자력 발전이 크게 주목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라고 봅니다. 중국이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경제발전을 하면서 에너지 소비를 크게 늘렸고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도 마찬가지지요. 또 이 기간 동안 수요증가에 힘입어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지금도 좀처럼 통제하기 힘든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지구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석유 등 화석연료와 달리 환경오염이 없고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으려는 노력이 강화된 것도 한 이유입니다.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그동안 안정성이 크게 발전된 원자력이 에너지의 좋은 대안으로 부각된 것이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원자력 수요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더욱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원자력이 군사력으로 사용되지 않게 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 이사장=그렇다면 IAEA에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원전 도입국이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국가들에 어떤 지원을 하고 있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최근 4년간 국가 또는 지역단위와 우리의 원자력 협력 프로젝트 수가 이전보다 3~4배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 될 수 있지요. 우리는 새로 원전을 도입한 나라들에 원자력의 효율성을 비롯해 도입 이후 준수해야 하는 의무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일례로 원자력 프로그램을 시작한 나라의 경우 의무사항은 최소한 100년 이상 지켜야 합니다. 더불어 원전 도입국이 수출국으로부터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전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 이사장=앞으로 원전 수요가 늘어날수록 수출을 위한 주요국의 경쟁도 치열해질 텐데요. 러시아나 프랑스ㆍ일본ㆍ미국 등 주요 원전 선진국들의 신형 원자로 설계의 특징은 어떻습니까. ▦소콜로프 사무차장=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질문을 많은 받는데 미국 원자력규제위원장의 말을 빌린다면 "모든 설계는 안전하다"입니다. 기본적으로 원자로를 설계하면 당국 등으로부터 안정성을 검증 받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원자로의 경우 경수로 등 설계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진화'를 의미한다고 봐요. 특히 최근 들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도 상당히 강화되고 있지요. 설계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기능들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이 이사장=그렇다면 원자력 프로그램의 기술개량과 안정성 강화를 위해 IAEA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소콜로프 사무차장=IAEA는 원전을 도입하는 국가에 많은 지원을 해주는 만큼 그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지식과 정보 교류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개도국 인력에게는 원전과 관련한 선진국의 사례나 트레이닝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요. 물론 도입국들이 거쳐야 하는 다양한 도입단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특히 회원국이 요청하면 원자력 프로그램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단도 파견해 안정성이나 인적자원ㆍ인프라 등에 대한 다양한 평가도 진행합니다. ▦이 이사장=온실가스 감축이 전지구적인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각국의 에너지 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고 신재생에너지 등과 비교할 때 원자력에너지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소콜로프 사무차장=이제 기후변화 문제는 개도국이냐 선진국이냐를 떠나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원전의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6g에 불과해 화석연료(100~200g)에 비해 매우 친환경적이지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원자력의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점이기도 하고요. 특히 원자력의 경우 에너지 집약도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자력발전소 하나에 들어가는 우라늄의 무게가 80톤 정도인데 이는 200만~300만명 규모의 도시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지요. 하지만 풍력 등을 이용해 이만큼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도시 크기만큼의 단지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에너지의 활용 집적도에서 원자력의 매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 이사장=지난 1990년대 이후부터 중소규모의 전력생산과 용수공급에 쓰이는 한국의 중소형 원자로인 '스마트원자로' 등이 큰 발전을 이뤘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앞으로 중소형 원자로는 상당히 많은 역할을 할 것입니다. 원자력 확산을 통해 다양한 경제적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작은 국가들의 경우 대규모보다는 중소형 원자로가 더 적합합니다. 담수화를 통한 식수공급 등 미래에 활용도가 높지요. 현재 몇몇 국가들이 라이선싱을 추진 중이고 미국이나 러시아 등도 중소형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형 원자로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경제성ㆍ안정성이 더 활발하게 입증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이사장=한국은 지난해 UAE에 원전을 공급하기로 계약하면서 세계 여섯 번째 원전 수출국에 올라섰습니다. 또 머지않아 터키 등에도 원전을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한국이 세계 원전수출시장에서 이처럼 주목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최근 세계 원전시장에서 거둔 한국의 성공은 한국 경쟁력의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 한국에 와서 인상 깊었던 점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조직문화였습니다. 고리 원전에 갔을 때 원자로 엔지니어들이 팀을 구성해 공동의 책임을 지고 결함이 생겼을 때 누구든지 이를 지적하고 이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 문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지요. 동양의 역사와 문화에 기반을 둔 팀워크가 상당히 큰 경쟁력으로 발휘될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이 다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은 물론이고 차별화된 접근방식을 도입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사장=하지만 한국의 경우 원전수출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정지원과 전문인력 부족, 국민 수용성 등이 과제로 꼽히는데요. ▦소콜로프 사무차장=한국의 원전산업은 지난 수년 동안 원자로와 관련해 안정성ㆍ경제성ㆍ기술성 등 많은 부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한국의 기술을 받아들일 때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특히 UAE 원전수출 이후 국민들의 지원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어제 서울대를 방문해 한국의 원전교육 현황을 봤는데 교수와 학생들의 대화에서 원전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이 앞으로 한국 원전산업 성공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 이사장=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IAEA는 7월에 '원자력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국민이해 협력증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신규 원전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나라들의 주된 고민 중 하나가 국민 수용성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IAEA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소콜로프 사무차장=말씀하신 대로 성공적인 원전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얼마나 원자력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원전을 도입하려는 말레이시아나 태국 등에서도 언론ㆍ학계ㆍ국민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원전의 혜택과 이점뿐 아니라 리스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국민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 같은 점에서 원자력홍보 전문기관을 갖춘 한국의 경우 원자력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구조를 갖췄다고 봅니다. ▦이 이사장=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에서 세계는 아직도 확실한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는데 오는 2016년이면 넘쳐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부터'한미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한 협상을 시작했는데 한국 측이 대안으로 제안한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기본적으로 원자력은 우라늄이라는 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사용후 핵연료 주기 등이 필요하지요. 천연 우라늄의 경우 전체의 1~2%만 사용하는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60번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봐요. 이를 위해 고속증식로 등이 세계적으로 많이 건설되고 있지요. 경수로에서도 폐우라늄을 회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용후 핵연료 주기와 관련해서는 재처리가 중요한데 기존의 습식재처리기술인 아쿠아프로세싱의 경우 플루토늄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군사용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점에서 한국 측이 독자 개발해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의 경우 고속증식로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순도를 낮추면 군사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만큼 문제는 크지 않다고 봐요. 결국 원자로의 미래가 파이로프로세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최종적으로 이 파이로 기술이 재처리와 관련해 우세하고 적합한 대안이라고 믿습니다. ▦이 이사장=사용후 핵연료 처리기술에 대해 각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무엇보다 각 나라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봐요. 한국 역시 마찬가지지요. 사실 나라별로 핵연료 처리와 관련해 중간저장소나 임시저장소, 아니면 재처리와 고속증식로를 함께 고민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다양한 접근방식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나의 정답을 추구하기보다는 각 나라의 주된 수요가 무엇인지와 처한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 이사장=핵 안보는 원자력 산업 발전만큼 중요한 요소가 돼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더더욱 그러할 수밖에 없지요. 더욱이 2012년에는 한국에서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는데 IAEA에서는 핵 안보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소콜로프 사무차장=미국의 9∙11사건 이후 핵 안보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습니다. 우리도 핵 안보에 대한 특별 프로그램을 구축했습니다. IAEA는 원자력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부서가 안보까지 함께 맡습니다. 그만큼 핵 안보는 안정성과도 긴밀히 연관돼 있는 셈이지요. 원자로 설계에서도 안보와 관련된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에서는 테러 공격이나 핵 물질을 이용한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될 핵안보정상회에서도 한국과 파트너로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이사장=한국의 경우 원전산업이 활성화되면서 2010년까지 총 2만4,000여명의 신규 전문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도 인력수급대책 등을 마련했는데요, IAEA에서는 원자력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소콜로프 사무차장=원전 발전을 위한 도전과제 중 빼 놓을 수 없는 게 인적자원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엔지니어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도 필요하지요. 이를 위해 4월에는 아부다비에서 국제회의도 개최했습니다. 아시아의 경우도 IAEA와 교육∙기술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원자력 인력 양성과 관련한 사이버프로그램도 칼리프대에 설립했습니다. 세계원자력대학에서도 젊은 엔지니어들이 서로 만나 젊었을 때부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요. 특히 개도국의 경우 젊은이들이 세계원자력대의 여름캠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년 30만유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인력양성은 앞으로 개도국들이 원전 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 갈수록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 유리 소콜로프 약력
▦1947년 러시아 출생
▦모스크바대 졸업
▦쿠르차토프 연구소 근무
▦프라즈마, 핵융합분야 엔지니어 근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러시아 대표
▦러시아연방 과학기술부 원자력에너지 국장
▦IAEA 사무차장 취임(2003년)
● 이재환 이사장 약력
▦1937년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단국대 법정대 교수
▦제 11대∙14대 국회의원
▦체육부 차관
▦국회사무처 사무총장
▦대한올림픽위원회 고문
▦원자력문화재단 이사장(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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