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 폭등·경기 불안 악재에 '발목'

기관 사상 두번째로 많은 투매…수급 악화<br>안전판 역할 연기금마저 20일만에 순매도<br>당분간 1,500선 부근서 박스권 장세 불가피



미국발 훈풍으로 상승기대감이 컸던 증시가 환율 폭등과 경기 불안 악재를 만나 다시 1,400 중반대로 후퇴했다. 그동안 증시의 가장 큰 짐이었던 미국의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넘기는 듯했으나 원ㆍ달러 환율이 순식간에 폭등하고 경상 및 무역수지 적자 등 실물경기 악화 소식에 발목이 잡혔다. 그동안 불안한 장세에서도 안전판 역할을 하던 연기금마저 20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섰고 투신권이 대규모 ‘팔자’에 나서는 등 기관투자가들이 사상 두번째로 많은 규모로 물량을 쏟아내면서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코스피 1,500대에서 박스권 장세를 거듭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환율 폭등, 기관 투매에 지수 급락=29일 코스피지수는 환율 폭등 악재를 맞으면서 전날에 비해 19.97포인트(1.35%) 하락한 1,456.36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지난 25일 간신히 1,500선에 올라선 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1,400중반대로 고꾸라졌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장중 1,200원을 찍자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말 미국 의회의 7,000억달러 구제금융 잠정 타결 호재가 묻히면서 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이날 달러 유동성이 경색되면서 환율급등과 함께 투신권이 주식형 및 채권형 펀드까지 매도에 나서면서 증시 수급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날 기관은 연기금이 20거래일 만에 순매도(-393억원)로 전환한 것을 비롯, 투신권이 자금확보를 위해 올 들어 세번째로 많은 무려 5,87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기관 순매도는 7,638억원으로 사상 두번째로 많았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구제금융을 통해 달러를 풀더라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자금 유동성이 축소된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환율이 폭등했다”며 “자금시장의 불안정성이 결국 증시를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분기 실적 악화 등 경기 둔화세 뚜렷=이날 환율 급등과 주가하락을 부추긴 것 가운데 하나는 오는 10월1일 발표될 우리나라의 9월 경상수지 및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소식이었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줄어들면서 결국 달러를 그만큼 벌어들이지 못할 것으로 해석돼 달러 부족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켰다. 기업들의 3ㆍ4분기 실적도 전 분기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140개 주요 상장사의 3ㆍ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 2ㆍ4분기보다 각각 0.8%, 1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27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3ㆍ4분기 영업이익(추정치)을 보더라도 모두 19조2,100억원으로 지난 분기 20조3,500억원에 비해 5.61%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3ㆍ4분기 들어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높아진 원가가 수익성을 대폭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횡보장세 불가피할 듯=미국의 금융불안 완화로 단기랠리를 꿈꾸던 증시는 환율 및 경기 불안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단기적으로 1,500선을 놓고 박스권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증권사들의 10월 지수 전망도 1430~1,590포인트에 집중돼 있다. 단기적으로 우선 다음달 1일 외환보유액 현황과 무역ㆍ경상수지 발표가 있는 만큼 이 결과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조만간 기업들의 3ㆍ4분기 어닝시즌이 펼쳐지는 측면에서 증시가 ‘V’자형의 큰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으로 실물경제는 이미 후퇴 중으로 내년 1ㆍ4분기까지 뚜렷한 회복 국면에 접어들기 힘들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횡보장세가 불가피하고 이후에도 빠른 상승보다 ‘U’자형의 완만한 상승패턴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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