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효정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 조사역
얼마 전 부친의 부고를 전하는 선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배는 주위에서 효자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부자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정신없이 장례식을 치르고 상속재산을 정리하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부친의 채무가 튀어나왔고, 부친이 투자했다는 주식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민법은 피상속인(상속을 해주는 이)의 사망 후 3개월 이내에 재산을 조사해 상속채무액이 상속자산보다 많을 경우 상속인이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통해 피상속인의 채무를 갚을 책임을 없애주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즉 돌아가신 아버지가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보다 빚이 더 많다면 부분만 상속받거나 아예 자산이든 부채든 아무 것도 상속받지 않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이 죽으면 사망자의 금융거래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속인이 기한 내에 죽은 사람의 재산을 조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족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경우 상속인이 사망자 명의의 금융자산이나 채무를 쉽고 간편하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입니다.
상속인은 금감원의 본원과 지원, 출장소를 찾아 방문자의 신분증과 함께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기본증명서나 사망진단서)와 상속인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족관계증명서)를 내면 됩니다. 이외에도 모든 은행(수출입은행ㆍ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제외), 삼성생명 고객플라자, 우체국에서도 가능합니다.
조회결과는 빠르면 5일, 늦어도 20일 안에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나 금융업협회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회대상에는 은행과 농ㆍ수협, 증권사, 선물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신협, 보험사, 여신전문회사(카드ㆍ리스ㆍ캐피탈), 새마을금고, 우체국, 산림조합, 한국예탁결제원,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 채권 채무 뿐아니라 일부 대부업체에 대한 채무도 포함됩니다.
다만 조회서비스는 특정 금융회사에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가 있다는 사실만을 알려주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려면 신청인이 조회서비스 신청 후 3개월 이내에 접수증과 신분증을 가지고 해당 금융회사를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실제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몰라 금융거래가 있는 모든 금융회사를 방문해 잔액조회를 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계좌의 잔액수준을 0원, 10,000원 이하, 10,000원 초과 등으로 구분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상속인 금융거래조회 서비스를 이용한 선배는 부친에 대한 추가적인 부채가 확인돼 한정승인을 하게 되었다는 뒷이야기와 함께 예상치 못한 빚을 대물림 받는 상황을 면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사망자(실종자)의 상속인 외에 금치산자의 법정대리인이나 성년 후견인도 금융거래조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금융감독원 통합콜센터(국번없이 1332)로 문의하면 친절히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