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물가관리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청와대는 전기료 인상이 물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큰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나타내 지경부의 뜻대로 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기요금 인상을 놓고 물가를 우선시하는 재정부와 한국전력의 적자 보전과 전기수요 억제를 먼저 생각하는 지경부 간에 입장차가 노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김영학 지경부 제2차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보고 있다”며 “상반기 중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상폭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전기ㆍ가스요금이 원가 보전이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재정부와 협의해야 하지만 아직 부정적인 의견은 없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우선 일반요금에 앞서 심야전력부터 인상하고 일반요금도 뒤이어 인상할 방침이다.
그러나 재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전기요금을 올리면 산업 전체에 미치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물가관리에도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전기료 인상이 산업물가 전반의 인상을 견인할 경우 정부로서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물가정책을 청와대가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기료 인상을 추진했다가는 정치적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을 위해서는 따져봐야 할 변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재정부 내부에서는 김 차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분위기가 엿보였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전기료 인상을) 판단하기 힘들고 최소한 하반기에 유가와 환율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원ㆍ달러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섣불리 인상을 결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물가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전기료를 인상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가스요금은 가스공사의 누적 미수금이 5조원에 육박해 충분한 인상 요인이 있다”며 가스요금 인상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논란이 확대되자 김준동 지경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다시 들러 “요금 인상이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상반기에 올리는 것처럼 알려졌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발짝 물러섰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감안해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산업용만 인상하고 주택용은 현 수준을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