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들의 추락이 중국 제조업계를 흔들고 있다. 특히 과잉생산에 시달리는 석탄ㆍ비철금속 등 업종은 지난 8월까지의 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반토막 나면서 제조업계의 이익을 갉아먹었다. 여기다 내수경기 침체로 생산뿐 아니라 판매까지 부진의 늪에 빠지며 기업들의 실적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초 4·4분기로 예상했던 중국 경기회복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전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공업기업 이익(공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8%나 줄어든 4,481억위안(약 83조5,880억원)에 그쳤다. 이는 중국 정부가 통계조사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앞서 7월 공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9% 줄었다. 1~8월 누적 공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9% 하락한 3조7,700억위안을 기록했다. 공업이익은 연매출 2,000만위안(약 37억원) 이상인 주요 기업들의 이익을 합산한 것으로 서비스 업종은 제외된다.
8월 공업이익이 급감한 가장 큰 원인은 국유기업의 실적급감이다. 올 들어 8월까지 국유기업 순익은 7,564억2,000만위안으로 전년동기 대비 24.7%나 줄었다. 그나마 민영기업 이익이 7.3% 증가하며 낙폭을 다소 줄이는 역할을 했다. 석유·석탄채굴업·비철금속 분야 등의 과잉생산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지적됐다. 채굴업의 경우 올 들어 8월까지 순익은 1,901억5,000만위안으로 동기 대비 57.3% 급감했다. 허핑 국가통계국 공업사는 "기업들의 판매보다 비용 증가속도가 더 빠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기업의 영업이익은 0.8% 늘어났지만 비용이 1.1%나 늘어나며 적자폭을 키웠다.
내수시장 침체로 가격 하락폭이 커진 것도 공업이익 급감의 이유로 꼽힌다. 8월 공산품 출하가격은 전년동기 대비 5.9%나 떨어졌다. 이는 전달보다 0.5%포인트나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다.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8월 공업이익 감소세가 9월에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장위 민생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비용과 가격 하락에다 열병식 조업중단까지 겹쳐 9월 공업이익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석유화학·자동차공업 등의 이익 하락폭이 커지는 점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만큼 경기회복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미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8월 공업이익에서 자동차 업종의 이익은 전년 대비 22.1%나 줄었다.
예상보다 나쁜 8월 경기지표로 4ㆍ4분기 이후의 경기회복 기대감도 사그라지고 있다. 앞서 발표된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42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고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도 47.0으로 6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중국 경기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부 투자은행들은 3ㆍ4분기 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7%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