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장은 버냉키식 명료함을 원한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일각의 출구전략 가동 주장에 쐐기를 박았다. 버냉키 의장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고용시장이 현재 수준보다 상당히 개선될 때까지는 자산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를 바라보기에는 이르며 달러를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QE)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평소 시장에 알기 쉽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온 버냉키다운 명쾌한 발언이다. 이로써 국제금융시장을 짓누르던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거의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오는 2014년까지 출구전략은 가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출구전략은 그동안 FRB가 발권력을 동원해 전세계에 뿌린 달러 유동성을 보유자산 매각으로 회수하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만약 FRB가 유동성을 흡수하거나 최소한 현재의 양적완화 조치를 중단하게 되면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이 휘몰아치게 된다. 현금자동인출기(ATM)에 비유될 정도로 외국인 투자금 회수가 용이한 우리 금융시장이 첫번째 타깃이 될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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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의 이날 발언은 연초부터 선진국의 출구전략에 대비해야 한다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경고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엊그제도 국회에서 그런 취지의 발언이 있었으니 김 총재로서는 멋쩍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돌이켜보면 출구전략에 대한 논란을 김 총재가 필요 이상으로 부추긴 측면도 크다. 연초에 "생각보다 빨리 회수할 것"이라는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그가 이달 중순에는 "시장이 과잉 반응한다"고 질타했다. 발언에 무게감이 실려야 할 중앙은행 총재의 오락가락하는 듯한 발언에 시장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뿌린 돈은 언제가 회수할 것이 분명하다. 미리 대비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의 명료한 시장교감 방식을 본다면 출구전략에 대해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FRB의 출구전략 시나리오는 지난 2009년 버냉키 의장이 직접 제시한 바도 있다. 김 총재도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좋지만 괜한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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