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4분기 연속 0%대 성장] "대외변수 많아 내년도 잿빛… 환율관리·유연한 통화정책 필요"

■ 전문가 진단

재정·금리카드 다써 내년 성장률 잘해야 올 수준

노동시장 유연화·투자환경 마련 등 체질 바꾸고

디플레이션·유동성 함정 우려도 예의주시해야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통상 연말이 되면 내년에는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데 올해는 내년에도 안 좋을 것이라는 우려만 커지는 실정입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

3·4분기 경제 성적표와 그 내역을 확인한 국내 대표 경제연구원장, 학회장들은 입을 모아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화끈한 재정·통화정책을 폈음에도 성장률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제조업이 역성장하는 등 속살도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내년에는 원·엔 환율 하락,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유로존 경기부진 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내년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3·4분기 기대 이하…내년 더 어렵다=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3·4분기 경제성장률에 대해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2·4분기 세월호 영향으로 0.5%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3·4분기에 기저효과로 크게 올랐어야 하는데 여전히 1% 이하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3·4분기 내수가 기저효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회복세는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도 "수출위축이 본격화하고 있는 게 우려스럽다"며 "일본의 엔저 정책이 시차를 두고 우리 수출을 저하시키는 '역 J커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분기 수출 증감률은 2·4분기에 비해 2.6% 감소해 2008년 4·4분기(-4.3%) 이후 5년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망도 잿빛이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5%가 되려면 4·4분기에 3.4%(전년 대비) 성장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 좋은데다 현 경기 흐름을 봐도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확장적 재정, 금리 카드를 소진한 상황에서 내년에는 대외 리스크까지 산적해 있어 잘해야 성장률이 올해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돼 원·엔 환율이 하락,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중국의 가공무역 억제 정책으로 대중수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성장률 자체가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 기정사실인 점도 악재라는 것이다. 하 원장은 유럽의 경기부진도 우려했다. 우리나라 무역의 15%를 담당하는 유럽의 부진은 분명한 악재라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우리나라 특성상 내수 비중도 작아서 설령 내년에 내수가 살아나더라도 전체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기는 무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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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안정 관리, 유연한 통화정책 펴라=전문가들은 환율의 안정적 관리를 주문했다. 오 학회장은 "현재 900원대인 원·엔 환율이 내년에는 800원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정부가 원·엔 환율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학회장도 "일본 내에서는 '엔화가치 떨어뜨려 기업들 살려놨다. 이제 성장동력을 확보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정부는 우리 수출기업들이 타격 받지 않게 환율을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은 '사상 최저'라는 타이틀에 구애 받지 말고 유연하게 구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자본유출은 금리 차보다는 경제 요인이 더 크므로 경기상황을 보고 금리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 학회장도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를 한 번 더 내려 내년 3·4분기 미국 금리인상의 태풍에 들어가기 전에 경기를 회복시켜 놓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윤 원장은 "물가상승률이 0~0.5% 정도까지 내려간다면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등 양적완화에 준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정부가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지 말고 현장에 나서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묻고 다니며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디플레, 유동성 함정 우려…예의주시해야=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디플레이션은 아니지만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디스인플레' 상황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 학회장은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줄어든다"며 "경제구조적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상황이 통화당국의 정책이 시장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시중에 돈은 많은데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조짐'은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권 원장은 "유동성 함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김 학회장도 "성장에 대한 믿음이 더 떨어진다면 유동성 함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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