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내수 침체 속에서도 합리적 소비 채널로 각광받으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홈쇼핑업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간판 품목인 패션·잡화가 지난 1·4분기 날씨 예측 실패로 기대 이하의 매출을 기록한데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소셜커머스, 아웃렛 등으로 소비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선두 업체마저 역성장 위기에 직면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직격탄까지 덮쳐 업체들의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은 지난 1·4분기에 총취급액 7,827억원, 영업이익 392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2%, 3.1% 증가하긴 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사정이 좋지 않다. TV부문 취급액은 4,498억원으로 0.4% 뒷걸음질쳤고, 인터넷과 카달로그는 각각 23.7%, 38.7% 줄어든 1,546억원, 200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모바일 부분이 311%나 급증해 선방했지, 아니면 실적 둔화는 더 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GS샵도 총취급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0.9%, 0.8% 늘어난 7,816억원, 379억원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역신장을 면했다. TV 부문(-2.8%)은 2008년 4·4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인터넷(-29.4%), 카달로그(-12.4%)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모바일(269.5%)만이 홀로 버텼다. 현대홈쇼핑 역시 인터넷과 카달로그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총취급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7,278억원, 365억원에 그쳤다.
이지영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수익이었던 TV는 부진하고 모바일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2 ·4분기 들어서는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다 새로운 전략상품 카테고리가 없어 특별히 좋아질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내수 위축과 유통채널간 경쟁 심화로 소비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홈쇼핑 업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업체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판매 방송을 해야 할 시점이지만 사회적으로 모두가 힘든 분위기 속에서 쇼 호스트들조차 방송에서 적극적인 구입 권유를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최근 불거진 롯데홈쇼핑 납품비리로 업계 전체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큰 부담"이라고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