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위원장 해외출장비까지 줄이라니…" 속타는 금융위

예산안 논의 국회서 발목

FATF 의장직 수행 위한 출장예산 등 겨우 지켜내


"일개 중소기업이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돈이 없어서 해외 출장을 못 간다는 게 말이 됩니까. 부서마다 출장 일정이 잡혀 있는데 빌려 쓰는 것도 이제는 눈치가 보여서 못하겠습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유독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금융위 산하 금융기관의 이전이 지연되는 등 예산 집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신규 사업도 늘어나는 탓이다. 국회가 발목을 잡으면서 일부 사업은 아예 접는 사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출장비 관련 예산이다. 현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부의장직을 맡고 있는 신 위원장은 내년에는 의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내년 총 14번의 출장 계획을 잡고 관련 예산으로 4억원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새롭게 들어가는 비용인 만큼 국회 문턱도 높았다. 외유성 출장이 아니냐는 얘기다. 금융위는 FATF의 위상을 언급하며 의원들을 설득한 끝에 결국 2,000만원을 삭감하는 수준으로 겨우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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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F 관련 출장비가 없었던 올해는 어떻게 했을까. 각 부서가 십시일반 허리띠를 졸라맸고 신 위원장의 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담당하는 부서는 사정이 더하다. 당장 올해 말까지 한중 FTA 1차 협상이 남아 있는데 출장 예산은 이미 바닥났다. 담당국장은 "12월 초, 부서별로 올해 남은 출장 일정이 확정되는 것을 보고 남은 잔액을 끌어다 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면서 "이 때문에 아직까지 추가 협상 스케줄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한 부서는 내년도 예산 1억원이 날아갈 위기를 겪기도 했다. 부서가 관할하고 있는 산하 공사의 이전이 지연됐으므로 내년도 예산을 줄이라는 것. 문제는 복사비와 물품비 등 사무비용 관련 예산이 대상이다. 담당 부서의 한 관계자는 "A4용지 한쪽에 4페이지씩 모아 출력하면 겨우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계산됐다"며 "줄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방안을 고심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이게 맞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탄했다. 일부 의원들마저도 너무하다는 지적 끝에 관련 예산 삭감은 결국 막았다. 대신 당초 예상 삭감의 이유로 언급됐던 특정공사의 업무 추진비에서 1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금융중심지 사업의 경우 예산을 못 주겠다는 국회에 대폭 축소가 불가피한 처지다. 당초 금융위는 금융중심지 기업설명회(IR)사업에 6,000만원, 금융중심지 잡페어 사업에 2,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그러나 '민간에서 해야 할 잡페어에 왜 당국 돈을 쓰느냐'는 지적에 결국 잡페어 사업은 접기로 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우수한 인력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잡페어 사업의 의미가 크지만 예산 문제로 IR사업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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