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또 강진… "이러다 더 큰 지진 오나"

기상관측 이후 4번째 규모… 서울서도 창문 흔들림 감지

원인 파악안돼 불안감 증폭


서울 마포구에 사는 성보미(32)씨는 새벽에 잠을 자다 침대가 흔들거리는 느낌을 받아서 깼다. 처음에는 꿈인 줄 알았는데 몇 번이나 반복해서 흔들려 가슴이 철렁했다. 성씨는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떠올라 한동안 잠을 잘 수 없었다.

경기도 광명에 사는 조용호(35)씨도 새벽에 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랐다. 도둑인가 했더니 인기척은 없었다. 창문과 책상이 함께 흔들거리는 것을 보고 지진임을 직감했다. 조씨는 한참 동안 신경을 곤두세웠고 진동이 잠잠해지면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1일 오전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창문과 침대가 흔들리는 것이 감지될 정도로 강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지난 1978년 계기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4번째로 큰 규모이다. 2004년 5월29일 경북 울진 동쪽 8㎞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5.2의 지진 이후 10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

관련기사



아직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진이 발생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아 시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서산의 한 아파트 주민은 "새벽에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에 잠을 깼다"며 "마치 누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은평구에 사는 장모씨는 "새벽에 서재에 있었는데 의자를 뒤에서 누가 잡고 흔드는 것처럼 3~4초간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지난해 지진발생 횟수가 상당히 많았는데 이러다가 큰 지진이 오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하계 단층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며 "지진관측 장비가 아직 확충되지 않아 정확한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발생하는 지진관측을 강화하기 위해 관측소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등에 비해 관측환경이 열악하다. 기상청은 올해 연평도·외연도·어청도·선유도·안마도 등 서해 5곳과 도서지방에 지진관측소 10개소를 신설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지진발생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강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에서는 지난해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역대 최다인 93회 발생했다. 규모 2.0의 지진은 건물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이 진동을 느끼고 매달린 물체가 약하게 흔들리는 정도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이 수십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전북 군산 어청도 해역에서는 지난해에만 17차례 연속으로 지진이 일어났다. 또 지난해 4월21일 흑산도 해역과 5월18일 백령도 해역에서는 각각 4.9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우리나라 인근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는 등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7.0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봐도 규모 7.0의 지진이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록이 있어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규모 7.0의 지진은 2010년 31만명의 사상자를 낸 아이티 지진과 같은 규모이다. 홍 교수는 또 "수도권의 경우 학교 건물의 내진설계 비율이 20% 이하로 지진에 취약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