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의 대표 CEO] 이석채 KT 회장

합병·연봉제 도입… '영원한 혁신 전도사'<br>발상 전환·고객과의 소통등 강조<br>직종·직급체계 폐지 조직 쇄신도


"전 세계의 좋은 아이디어를 KT가 먼저 도입해야 합니다. 귀와 손을 모두 열어 놓고 아류가 아닌 최고로 올라서야 미래를 담보할 수 있습니다" 올해로 취임 2주년 맞은 이석채(66) KT 회장은 '영원한 혁신 전도사'로 불린다. 처음 KT의 수장으로 왔을 때도 그랬지만 그는 지금도 임직원을 만나면 끊임 없이 혁신을 강조한다. 과거 공기업 시절 'IT 공룡'으로 불렸던 KT가 '혁신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 회장의 혁신론에 있다. 이석채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는 지난 2009년 일사천리로 일궈낸 KT와 KTF의 합병이다. 이 회장은 취임 1주일 만에 이사회의 합병 결의를 이끌어 내고 2개월 만에 정부 승인까지 받아내는 발군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경쟁사의 반발은 물론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 회장은 꾸준한 설득과 과감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합병을 성사시켰다. 급변하는 통신 환경에서 유선통신(KT)와 무선통신(KTF)이 따로 가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서는 한편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 회장은 합병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에 안주해서는 새로운 혁신을 창출할 수 없다"며 "통합 KT는 단순히 두 기업이 하나가 되는 것을 넘어 국내 IT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7월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또 한번의 혁신에 나섰다. 역발상과 소통, 고객 감동을 중심으로 한 '올레 경영'을 선포한 것이다. 발상을 전환하고 고객과의 끊임 없는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최고의 기쁨을 제공한다는 통합 KT의 야심찬 청사진이었다. 이 회장은 자택에 올레 현수막을 먼저 달아 직원들의 혁신 의지를 북돋우기도 했다. KT의 올레 경영은 한 기업의 슬로건이자 문화 전반으로까지 확산되며 KT의 혁신을 가속화시키는 구심점이 됐다.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들여온 것도 이 회장의 과감한 결단 덕분이었다. 2009년 11월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은 '스마트폰 열풍'을 일으키면서 국내 IT 시장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 확산은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스마트 시대를 본격적으로 촉발시키는 원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이 회장은 내부 혁신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조직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8년 임원 성과급 20%를 반납한 데 이어 2009년에는 임원 기본급 10% 자진 삭감했고 임원 차량유지비와 출장비를 실비로 지급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쇄신에 나섰다. 공기업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30년 동안 유지해온 호봉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했고 일반직과 별정직으로 나뉜 직종과 직급 체계를 없애 성과에 따른 보상안을 마련했다. 대신 부장, 차장 등 직위는 근무연수에 따라 부여하는 등 조직 내부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혁신에 따른 효율적인 의사 결정은 자연스럽게 성과로 이어졌다. 줄곧 11조원을 맴돌던 매출은 2008년 11조7,848억원에서 지난해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어선 20조2,33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합병 전 1,134억원에서 지난해 2조533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효율적인 조직 쇄신과 과감한 추진력이 KT의 본연적 경쟁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계열사간의 시너지 효과도 본격적인 결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KT 계열사는 2008년 3조3,751억원보다 38.3%가 증가한 4조6,69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83억원에서 2,091억원으로 6배 이상이 늘었고 순이익도 418억원 적자에서 1,365억원 흑자로 탈바꿈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달에는 'IT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산업리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KT를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글로벌 IT 서비스 업체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주요 글로벌 업체와의 전폭적인 협력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정치권 영입설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아직까지는 KT에서 할 일이 더 많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He is ▦1945년생 ▦서울대 경영학과∙보스턴대 경제학 박사 ▦1969년 제7회 행정고시 합격 ▦1992년 경제기획원 예산실장 ▦1995년 재정경제원 차관 ▦1996년 정보통신부 장관 ▦1998년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 ▦2008년 브리티시텔레콤(BT) 고문 ▦2009년~현재 KT 대표이사 회장
최저가 입찰제 개선 등 中企 동반성장 온힘
● 李회장의 상생경영 KT의 새 수장자리에 오른 이석채 회장은 KT의 장래 위험요소 중 하나로 협력사와의 관계를 지목했다. 협력사들이 KT에 애정보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었다. 이 회장은 상생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취임 직후 곧바로 검사 출신인 정성복 사장을 윤리경영실장으로 영입했다.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그해 6월에는 구체적인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최저가 입찰 폐해 방지, 유지보수비 지급 확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 자립기반 강화, 현금 결제 및 금융 지원 확대 등 구매제도 혁신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최저가 입찰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내놓은 일물복수가 제도는 협력사들로부터 대환영을 받았다. 이전까지 최저입찰제를 통해 협력사 4개사를 선정하면 가장 낮은 입찰가로 모든 업체가 계약을 하거나 입찰가를 높게 써낸 3개 업체는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일물복수가가 적용된 이후에는 KT가 내부적으로 산정한 목표가격 이내에만 들면 최저가와 관계 없이 입찰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했다. 2009년 벤처기업 송년회에서 한 중견기업 대표가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연구 개발할 의욕이 생겼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상생경영의 성과를 거두게 됐다. 전혀 납품실적이 없던 기업이 아이디어 하나로 KT와 손을 잡는 사례도 속속 생겨났다. 1년 후인 지난 7월, KT는 중소기업 동반성장과 관련한 '3불 정책'을 발표했다. ▦중소기업의 자원이 KT로 인해 낭비되지 않게 하고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 ▦중소기업과 경쟁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KT의 구매 수요를 미리 공개하는 수요예보제와 아이디어 유출을 방지하는 비밀유지계약제, 아이디어 제공 협력사에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는 아이디어 보상구매제도 등이 포함됐다. '공짜 점심은 없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은 결국 소비자가치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이 회장의 지론 덕분에 가능한 방안들이다. KT는 꾸준한 상생 경영을 인정받아 지난해 9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글로벌 기준으로 투명하게 평가하는 DJSI(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 월드 지수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협력업체와의 소통에 기반한 동반성장 시스템이 인정을 받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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