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을 채용해 제대로 일을 할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1~2년 훈련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훈련비용도 비용이지만 당장 일을 시키는 것이 급해 요즘엔 주로 경력사원 위주로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대기업 인사담당자 P씨)
`대학 졸업장=실업 증명서`라고 할 정도로 대졸 실업 등 `청년실업`이 사회문제로 고착돼 가는 추세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선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대기업들은 신입사원 보다 어느 정도 일을 익힌 경력자들을 중심으로 채용패턴을 바꾼 지 오래이며, 그나마 일자리가 있는 중소기업 들은 대졸자들이 취업을 꺼려 인력난을 겪고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라=“대졸 신입사원 들의 지식 및 기술 수준은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의 26%에 불과하다”이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기업 인사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현행 대학교육이 인재양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을 뿐 아니라 실습ㆍ현장교육과 창의력 교육 등을 잘못하고 있다는 것이 인사 담당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조사 결과 대학교육의 만족도가 10점 이하라는 견해도 25%에 달했으며 90점 이상이라는 응답은 2% 뿐이었다.
인사담당자 들은 이 같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산업계 수요에 부합하는 학제개편(14.7%)
▲평준화 폐지 등 교육의 다양성 확대(13.2%)
▲교육기관의 전문성 확보(12.0%)
▲이공계 교육개선(7.5%) 등을 제시하고 있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P씨는 “최근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꺼리는 이유는 경기불안 탓도 있지만 준비 안된 인재를 양성하게 만드는 우리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더욱 큰 원인”이라며 “최근에 대학과 기업이 함께 인재를 양성하는 `주문식 교육`등을 참고로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기술ㆍ중소기업 인력 양성을=대졸자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정작 인력시장에서 뽑고 싶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평준화를 지향하면서 대학마저 특화된 교육과정 보다 평균적인 인재만 길어내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의 인력수급 구조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BT) 등 첨단기술을 가진 고급인력과 중소기업 위주로 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의견이다.
지난 정부에서 만든 국가인력수급 중장기 대책을 보면 이런 필요성은 더해진다. 향후 10여년 내에 경제활동인구가 280만명 정도 늘 것이며, 지난 93년부터 2000년까지 기업규모별 사업체 수와 취업자수의 변화를 보면 종업원 500인 이상 대기업 비중의 급격히 감소하고 중소기업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이제까지 대졸자들은 대기업에서 대규모로 모집하는 시험에 응시해 취업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젠 이렇게 뽑는 대기업도 사라졌다”며 “정부도 작업환경개선, 근무경력 인증제 도입, 재학 중 인턴 십 기회 확충 등 중소기업 취업 촉진대책을 추진하는 등 중기 위주로 인력수급대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