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참여정부의 실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자체 평가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ㆍ과거사 기본법 추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여권에 대한 역공세를 강화,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침을 세워 앞으로 여야간의 대결양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감 중간점검회의에서 국감 기간 중 드러난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가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판단, 공기업 전반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동시에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부ㆍ여당의 실정을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임태희 대변인은 이와 관련,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카드대란 등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12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전제로 한 대안을 제시하고 13일도 과거사기본법안을 확정, 발표하자 한나라당은 `국감 물타기'라고 평가 절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권이 국감 기간 정쟁유발을 목적으로 뭘 해도 무시하고자 한다”면서 “여당은 ‘4대 법안’을 제출하려 하지만 국감 기간에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표가 직접 나서 “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행하면 더 이상 상생의 정치는 없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대여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으로 주목할만한 대목은 국회 안팎으로 투쟁의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임 대변인은 “오는 25일 국감 대국민보고대회를 개최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대토론회도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하고 “교과서 편찬진과 전문가ㆍ학부모들이 참여한 가운데 교과서 토론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ㆍ노동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보수ㆍ진보간의 대결양상이 뚜렷해지자 한나라당이 직접 보수세력을 위한 장외 모임을 준비하겠다는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제28회 한경연포럼에 참석 “정치계는 이미 보수세력이 소수파가 됐다”며 자유를 추구하는 보수세력의 행동을 촉구하고 나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의장은 이날 ‘경제 살리기의 전제조건’을 주제로 강연한 뒤 토론과정에서 “한나라당이 경제자유를 되찾아주는데 적극 노력하겠지만 ‘자유는 스스로 쟁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에서 보던 내용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국회에서 소수당이 된 한나라당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얼마 전 일단의 보수세력이 보안법 철폐 반대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인 것처럼, 참여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돼 앞으로 여야간의 대결국면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