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이 백28로 따낸 시점에서 계가를 다시 한번 해본 김성룡9단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많이 따라붙었지만 역전까지는 아니군요. 참 애석한 일입니다." 흑29의 치중은 선수를 뽑기 위한 희생타 전법이다. 덕택에 흑33이 확실한 선수가 되었다. 콩지에가 흑35로 연결하자 이젠 잔끝내기만 남았다. 여기서 형세판단을 해보면 흑이 반면으로 9집을 남기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흑은 좌변 일대가 60집이고 우변과 우하귀 방면이 26집이고 하변이 4집으로 합계 90집이다. 백은 상변에서 우변까지가 53집이고 중앙에서 하변까지 18집, 좌하귀가 10집으로 합계 81집이다. 덤이 실질적으로는 8집에 해당하므로 백이 1집을 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콩지에는 시간이 거의 바닥난 상태이므로 이것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응창기배의 대국규정은 지극히 특이하다. 제한시간이 지나도 시간패를 선언하지 않고 벌점을 주게 되어 있다. "하지만 국면이 단순해져서 콩지에가 시간을 잡아먹을 일도 없을 것 같습니다."(김성룡) "그래도 끝까지 지켜봐야 해. 1집 차이는 불면 날아가는 작은 차이니까."(서봉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있던 김성룡과 서봉수가 이세돌의 백44를 보고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거야!" 지체 없이 콩지에는 흑45로 차단했다. 이세돌은 참고도1의 백3 이하 9를 예측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참고도2의 흑4 이하 10(9는 6의 자리)이 묘수여서 백이 망하게 된다. 백44는 보태준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