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난 칭찬 아닌 비난의 대상… 금리정책 실기론 동의 못해"

■ 떠나는 김중수 한은총재의 소회

한은 글로벌 위상 높였지만 시장과 불통 정책 엇박자

조직개혁 평가도 엇갈려


"난 금리 실기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재임 기간에 기준금리 조정에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금리 동결횟수를 가지고 실기했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마치 채권투자자처럼 4월이냐, 5월이냐 얘기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 총재는 끝날 때 경제상황을 가지고 평가를 받는다"며 "(취임 때보다) 전반적으로 거시경제 상황이 훨씬 좋아졌고 이럴 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 저로서는 큰 행운"이라고 했다.

김 총재가 퇴임을 앞두고 26일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4년간 소회를 털어놓았다. 당연히 이주열 차기 총재 내정자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김 총재는 "해외사례를 찾아봤더니 다음 사람에 대한 말은 없더라. 국제관례를 깰 수는 없다"며 끝까지 답변을 피했다.


◇한은 국제위상 높여…금리정책 엇박자 논란=김 총재는 역대 어느 총재보다 활발한 국제활동을 펼쳤다. 한은에서 국제기구와 주요국 중앙은행에 파견된 직원은 2009년 말 5명에서 지난해 말 13명으로 대폭 늘었다. 국내외 연구진의 공동연구도 2010년 1회에서 지난해 65회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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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리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무난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김 총재는 물가상승 압력이 강했던 2010년 4월 취임한 후 7월부터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물가상승률은 2010년 3%에서 2011년 4%로 치솟았다. 반대로 지난해에는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기획재정부·국회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며 금리인하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4월에 금리동결로 응수했던 김 총재는 5월에야 금리를 내렸다.

김 총재는 재임 기간 가장 어려웠던 시간을 한은법 개정 당시로 꼽았다. "의사결정이 어려웠지만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은의 금융안정기능 강화에 대해서는 "가는 방향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중앙은행 역할은 앞으로 더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질풍노도의 한은=김 총재는 지난 13일 금통위 간담회에서 재임 기간 소감을 '질풍노도'라고 표현했다. 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는 게 제 속마음이기는 했지만 표현은 좀 순하게 했어야 했다"고 떠올렸다.

김 총재의 과감한 인사실험은 한은 역사상 전무후무하다고 할 만큼 후폭풍이 거셌다. 서열파괴 인사에 대해 긍정적 평가도 나왔지만 오랜 전통이 깨진 한은 내부의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김 총재는 "조직의 장을 아홉 번째 하는 것인데 저는 항상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었지 칭찬의 대상이었던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신임 총재가 취임하면 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항상 시대가 변하면 시대 변하는 것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여지도 있는 것이니까 영구불변하다고 말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김 총재는 취임 전 '한은도 정부다'라고 발언한 것이 4년 임기 내내 발목을 잡았다. 그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중앙은행 독립성이 높은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 옌스 바이트만도 메르켈 총리의 경제수석"이라며 "(총재직에는) 정무적 판단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시장에서도 인기가 없었다.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을 들을 만큼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 총재는 "취임 초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서 많은 총재들이 '시장은 항상 네가 틀렸다고 한다'고 충고를 하더라"며 "한 나라에는 경제주체가 많다. (시장하고 서로) '개가 꼬리를 물고 뱅뱅 도는 것(Dog chasing its tail)'은 안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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