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김석동의 발언 타이밍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1999년 현재의 금융감독체계를 탄생시킨 주역이다. 본인 스스로도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행 감독원을 출범시킨 장본인이 나다. 우리처럼 과감하게 4개 감독기관을 합한 나라가 없다"고 회고했다. 그런 금융감독원이 현재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을 의식해서였는지 "감독기관을 통합할 때 여러 사람이 반대했는데 그동안 효율적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만큼 금융정책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도 드물다.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과장과 감독정책1국장을 거쳐 재정경제부에서는 금융정책국장과 차관보를 역임했다. 금감위 부위원장과 재경부 1차관에 이어 현재는 금융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니 실로 금융정책ㆍ감독에서는 산 증인이다. 금융정책이나 감독시스템에 대한 그의 발언에 자신감과 애정이 묻어 있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그의 발언 수위는 가끔 위태위태하다. 국무총리실이 주도가 돼 청와대ㆍ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 등 13명으로 구성된 금융감독혁신 테스크포스(TF)의 첫 회의를 앞두고서 한 그의 말이 대표적. TF 첫 회의가 시작되기 몇 시간 전 김 위원장은 작심한 듯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은 아무나 대체할 수 없다. 아무 기관에나 주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금융감독권 재조정은) 헌법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논란을 부를 수 있다"등. 심지어 "(금융감독혁신TF에서) 논의되는 것은 금감원의 검사행태나 직원 문책 등 이런 쪽에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해 TF에서 논의해야 할 주제를 제한하기도 했다. TF 공동팀장인 임채민 총리실장이 "논의를 해 봐야 알 수 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나 검사권 분산 등) 논의 주제 자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밝힌 것과도 배치된다. TF의 출범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일 금감원을 불시에 방문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하면서 부랴부랴 꾸려졌다. 금융감독시스템 전반 등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대안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그런 TF가 뜬 날 김 위원장의 발언만을 보자면 핵심의제가 빠진 TF는 결과에 대해 기대할 게 없다. 소위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에 대해 들끓는 여론을 달래겠다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 김 위원장의 발언 타이밍, 참으로 절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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