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지혜로운 위기극복의 길

이같은 상반된 시각 속에서 우리는 이번 환란의 위기를 과거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또 미래를 위한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경제적인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 위기를 겪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떠들썩하게 분석하면서도 정작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제대로 못해온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위기탈출에만 급급하다 보니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변화는 뒤로 한 채 땜질식의 처방만 남발해온 탓이다. 이번의 위기극복 노력도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외환보유액이 5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해서 위기가 끝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 일시적인 무역수지 흑자와 빌려온 돈 때문에 외환보유액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갚아야 할 외채수준이 1,500억달러 이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무역수지가 개선된 배경에는 수출이 늘었다기보다는 수입이 급격히 감소한 것에 그 원인이 있으며 원화환율의 덕도 있다. 그런데 수출이 불안한 상태고 원화환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임시방편적인 처방으로는 위기탈출이 어렵고 근본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나 기업이든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참을성과 진실성의 철학을 경영에 접목시켜야 한다. 참을성이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의 조급함보다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보다 장기적인 혜택이 올 것인가를 고민하는 자세를 말한다. 원래 우리의 덕목으로 「은근과 끈기」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의 특징으로 「빨리 빨리」가 자리잡게 된 것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부채를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일, 문어발 식의 사업구조를 핵심역량 위주의 구조로 바꿔야 하는 일, 노사관계를 선진국형으로 구축해야 하는 일 등이 모두 참을성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위기를 탈출해본들 곧 또다른 위기에 쉽게 노출될 것은 뻔하다. 지금은 작고한 일본 소니(SONY)사의 모리타(盛田) 회장이 사활이 걸린 재정난에 봉착했을 때 손쉬운 타협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니의 상표를 고집한 일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개발해놓고 여기에 주문자 상표를 달았더라면 쉽게 위기는 벗어났겠지만 오늘날과 같이 전세계적 상표인 소니를 소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체질개선에 있어 또하나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다. 우리 경제가 오늘날과 같은 어려운 지경에 이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진실성의 결여다. 물건을 만들면서 완벽한 품질의 제품을 추구하지 않고 대충대충 만든 잘못이 지금 우리의 뒤통수를 치고 있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우리가 만든 자동차의 중고시세가 형편없다는 것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또 기업이나 정부가 내놓은 정보에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나라 안팎에서 비난당하는 것도 우리의 진실성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조급한 경제위기 극복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의 경제체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바로 위기극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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