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이 침체된 경기의 회복을 위한 경기부양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 경제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 되고 내년에도 3% 성장 달성이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박 당선인 주변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당선인의 경기부양 방식은 복지ㆍ일자리 예산 증대→내수소비 활성화→경기부양으로 이어지는 3단계 연결고리다. 대규모 예산을 토목ㆍ건설과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하는 형식으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이명박 정부와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가시적인 결과와 효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열매가 서서히 경기부양으로 연결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의 경제 브레인으로 통하는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총선과 대선 기간에 박 당선인이 공약한 재원 중 내년도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6조원가량 된다"면서 "6조원을 일자리 창출과 복지 개선에 투입하면 자연스럽게 내수소비가 살아나고 경기부양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역대 정권들은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건설ㆍ토목 등 SOC 투자를 강조했지만 박 당선인은 다른 접근 방법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새해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에서 6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새해 예산안은 총 342조5,000억원 규모다. 국회 각 상임위는 예비심사를 거치면서 정부 제출 예산안보다 10조9,590억원을 더 늘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각 상임위별 증액 예산 논의와 별도로 6조원 규모의 예산을 더 반영할 방침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6조원의 증액분 가운데 1조7,000억원가량을 박 당선인이 4ㆍ11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복지정책인 ▦0~5세 양육수당 전 계층 지원 ▦만 0~2세 보육료 전 계층 지원 ▦저소득층 고용보험ㆍ국민연금 지원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나머지 4조3,000억원은 중소기업ㆍ소상공인 지원, 일자리 창출 등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규모의 추가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야당과 협의를 전개할 예정인데 대선 기간 중 민주통합당은 '대통령 예산'을 별도로 편성해 경기부양에 활용하자고 강하게 주장한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박 당선인 측 주변에서는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내년 2월 집권을 하는 대로 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방안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 당선인 측 핵심관계자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10조원을 투입해 선제적으로 경기부양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할 때"라며 "영세업자와 취약계층의 경우 내년 봄이면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조원 중 60%는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에 할당하고 나머지 40%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박 당선인 측 주변과 새누리당 내부에서 경기부양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저성장→세수 부족→복지ㆍ일자리 창출 곤란→경기침체 심화 등으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 내내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악화 및 균형재정 달성을 이유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경기부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 당선인이 내년 초 추경 편성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중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추경 카드는 언제든지 쓸 수 있다"고 언급, 내년도 경기상황이 예상 외로 더 나빠질 경우 야당의 동의를 얻어 추경을 집행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