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인계철선(Tripwire)


한국과 미국이 국지도발대비계획을 공동으로 마련했다. 북한의 도발에 한국군과 주한미군, 주일미군까지 나서 도발원점을 타격한다는 것이다. 공동서명의 핵심은 '미군의 자동개입'에 있다. 한국이 오랫동안 원했으나 철거됐던 인계철선이 복원된 셈이다. 인계철선은 본래 폭탄에 연결돼 건드리면 터지는 가느다란 철사를 뜻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강 이북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존재를 일컬었다.


△한미 양국은 오랫동안 인계철선을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휴전협정 직후 미국은 후방으로의 재배치를 추진했지만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군의 능력이 없다며 미군을 휴전선 근방에 묶어놓았다. 유사시 자동개입을 원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각에서 미군이 한국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비난도 일었으나 미국은 7사단의 한국철수(1971년)로 휴전선 전체 경계를 한국군에 넘기면서도 판문점에 1개 경비중대만큼은 남겨놓았다. 초소형 인계철선으로 한국의 안보 불안을 달랬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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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태도가 변한 것은 2003년. 부시 행정부의 해외미군 재편계획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이 한국방위 전담에서 동북아ㆍ중동의 전략기동군으로 확대되며 미국의 태도도 바뀌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인계철선이란 단어는 모욕'이라고 언급한 뒤 미 국방부는 '미군이 먼저 피를 흘려야 한다는 불공정한 말'이라며 용어 폐기를 공식요구하고 나섰다. 마침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에 호응하고 결국 인계철선은 한미양국의 불편한 합의 속에서 사라져갔다. 미국이 끊어진 인계철선을 이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북억제력을 강력하게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핵에 대응할 핵무기를 개발하자는 한국 내 여론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 같다.

△경제에도 인계철선이 있다. 일본은행들은 주택금융이 흔들린 1995년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인계철선으로 연결된 주택금융회사 자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탓이다. 군사적으로도 보호대상이 흔들리면 모두가 위협받을 수 있다. 미국은 월남을 왜 포기했는가. 월남은 미국이 수없이 확언했던 인계철선을 믿다 패망하고 말았다. 인계철선이 제아무리 견고해도 스스로 강해진 이후에야 효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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