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홍보한다고 신용도 오르나(사설)

잇단 대기업부도 사태와 은행 부실화로 추락하는 국가신용도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섰다고 한다.재정경제원이 구상하고 있는 국가신용회복 종합대책은 주로 우리 경제의 실상을 해외에 알리는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외홍보조정 협의회 설치,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과 경제자료의 영역배포, 주한 외국 언론사 특파원에 대한 정례 브리핑, 주한 외국공관 경제담당자 및 외국 상공인들과 정례 간담회 등 경제정책과 현황을 설명하고 애로나 건의 사항도 듣겠다는 것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나 손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한국 경제의 실상과 정책 방향을 이해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무지」에서 빚어질 수 있는 마찰을 막고 과장 축소로 인한 오해의 해소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신용도 추락의 본질은 우리 내부에 있다. 밖으로 홍보를 잘했다고 해서 또 숨긴다고 해서 추락한 신용도가 솟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대외 홍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다져 신용도가 추락하는 일이 없도록 경제를 추스르는 일이 시급하다. 한보사태 때 우리의 대외신용도가 급락, 외국으로부터 비아냥과 고통을 경험했다. 그 이후 계속 터진 대기업 부도, 최근 기아사태와 은행의 부실화로 또 한차례 신용도 추락의 파장에 휩싸였다. 수출타격은 말할 것도 없고 해외 차입이 어려워졌다. 차입이 된다 해도 금리가 비싸졌다. 외국인 투자도 부진하고 자본 유출의 우려도 높아가고 있다. 한국경제, 한국의 기업과 은행에 대한 이미지가 또 한차례 먹칠을 당한 것이다. 외국의 평가기관이 재빠르게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재평가 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정책의 실패가 가져온 결과다. 그렇지만 책임을 따지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다. 정부가 앞서서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다. 산업 정책을 비롯해서 공기업 민영화, 부실기업정리 등 큼직한 정책이 헛바퀴 돌고 있다. 부도유예협약도 정부와 은행간의 불협화로 흔들리고 있다. 법정관리 기업도 회생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더 경영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법정관리와 부도유예협약이 기업을 살리자는 제도인지, 악화시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명분처럼 구조조정 과정의 일이고 시장경제원리 때문이라면 부도사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부실이 은행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속에서 국가신용도 끝없이 추락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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