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공황 오나" 불안감 고조

헤지펀드 위기설… 국제금융시장 파장<br>수익률 악화이어 GM, 포드사태로 '악전고투' <br>"파산 도미노·지급불능 사태 올수도" 우려<br>국제유동성, 국채등 안전자산으로 이동가능성

헤지펀드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으로 1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출렁거린 데 대해 월가(街)에서는 지난 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월가 최고의 헤지펀드로 이름을 날렸던 LTCM은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과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고 국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원인을 제공했었다. 이번에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주식과 회사채에 대한 잘못된 투자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헤지펀드들이 국제 금융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등장한 것.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손실규모나 지급불능 사태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이러한 기우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제2의 LTCM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헤지펀드, 국제 금융시장 시한폭탄으로 등장=월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침체로 수익률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헤지펀드 업계가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강등 직격탄을 맞고 있어 자칫 지급불능 사태로 빠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헤지펀드 업계는 그동안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금융시장의 꽃’으로 불렸으나 최근 수익률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헤지펀드 투자지표인 헤네시펀드지수는 지난달에만 1.8% 하락하는 등 올 들어 4개월간 1.6% 떨어졌다. 실제 10일 뉴욕 증권거래소 객장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던 하이브리지캐피털(HCM) 헤지펀드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달 수익률이 3% 떨어졌으며 GM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알렸다. 또 투자기관인 리먼브러더스가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영국 런던 소재의 GNG파트너스도 특정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많게는 8%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뱅크와 주거래 브로커 계약을 맺고 있는 헤지펀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날 하루 도이치뱅크 주가는 3.25%나 떨어졌다. 세계 헤지펀드 규모는 4년 전만 하더라도 4,800개(4,0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000개로 1조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헤지펀드들이 선호하는 전환사채(CB)의 투자수익률이 지난달의 경우 최근 15년간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한 이익창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경영부실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제 유동성,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 가능성 높아=헤지펀드 공포는 GM과 포드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촉발됐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헤지펀드들은 GM의 판매저조와 경영비전 부족을 이유로 주가 약세를 점쳤고 이에 대한 위험회피(헤징) 방편으로 회사채를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지난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GM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내렸고 억만장자 커크 커코리안이 GM 주식 공개매수를 밝히면서 회사채 가격은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는 등 국제 금융시장 흐름이 헤지펀드 업계의 예상과는 영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신용거래를 이용해 대규모 주식 공매도에 나섰던 주식 펀드들과 회사채 매입에 열을 올렸던 채권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또 이들 헤지펀드는 CB와 회사채 관련 신용파생상품인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데 가격하락에 따른 자산부실화 위험도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JP모건체이스와 모건스탠리ㆍ리먼브러더스ㆍ베어스턴스ㆍ골드만삭스 등 월가 대형 투자기관들이 이들 헤지펀드의 파생상품 거래를 지원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면서 금융시장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양상이다. 펑크지젤앤컴퍼니의 리처드 보베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파산을 신청한 헤지펀드는 없지만 헤지펀드 악령은 한동안 국제 금융시장을 짓누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들이 보유주식을 내다 팔거나 회사채에 대한 환매요청에 들어가는 등 자산처분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국제 유동성은 안전자산인 국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