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첨단 연구인력 확보 과정에서 업체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마구잡이식 스카우트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이태운 부장판사)는 2일 LG전자가 “퇴직 후 바로 경쟁회사에 입사해 영업비밀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팬택 및 팬택&큐리텔에 입사한 강모씨 등 6명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피고들은 전직한 회사를 퇴직하라”고 결정했다. 이와 함께 퇴직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300만원씩 LG전자에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피고들이 LG전자에 입사하면서 회사재직 중 알게 된 영업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영업비밀유지약정’을 맺은 점, 퇴직할 당시에는 1년간 LG전자의 동의 없이는 동종업체나 경쟁업체에서 근무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약정’을 맺은 점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약정을 위반하고 피고들이 영업비밀 등 기술정보를 사용할 경우 LG전자에 현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전직금지 가처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경업금지약정으로 보호해야 할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 “LG전자 재직 당시 개발업무를 담당한 피고들의 지위를 볼 때 비밀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경업금지약정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경업금지 기간이 1년으로 비교적 짧고 그 대상직종도 동종업계나 경쟁업체로 한정된 만큼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그동안 휴대폰 업계에 만연했던 마구잡이식 인력 스카우트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가처분소송은 휴대폰뿐 아니라 최근 LCDㆍ반도체 등 첨단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주요 기업들의 인력 확보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G전자측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반기며 “앞으로 경쟁업체가 애써 키워놓은 인력을 마구잡이로 빼내가는 관행이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팬택측은 “(전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당사자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따라서 정상적으로 채용이 이뤄졌다”며 “기술인력은 움직이는 게 당연하므로 앞으로도 정상적인 절차를 밟은 채용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첨단업종에서 연구인력은 곧 해당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이번 가처분결정을 계기로 향후 각 업체들이 인력관리시스템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이재철기자 hummi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