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40%가 "이대로라면 3년내 해외이전"

日기업들 엔高·전력난 심화 등 6중고에 몸살<br>원전가동 재개 불투명해 전력부족 장기화 전망<br>韓·中 등으로 생산기지 옮기는 사례 더 늘듯



'엔고, 높은 법인세, 무역 자유화 지연, 노동규제, 온실화가스 규제.' 일본자동차공업회장을 맡고 있는 시가 도시유키(志賀俊之) 닛산자동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제조업체들의 국내 생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이 같은 다섯 가지 걸림돌을 지적해왔다. 최근에는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올 여름 가중되고 있는 심각한 전력 부족 사태이다. 시가 COO는 이제 일본 기업들이 6중고의 늪에 빠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기업 경영을 짓누르는 이 같은 어려움이 지속될 경우 일본 제조업의 뿌리를 지켜온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로 생산거점을 옮겨갈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이나 중국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내 제도와 경영여건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3년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거점을 해외로 옮길 수밖에 없다"는 응답이 40%에 달했다고 15일 보도했다. 해외로 이전할 대상으로는 '주력이 아닌 생산거점'을 꼽은 응답이 20%로 가장 많았지만 일부 본사 기능과 주력 생산거점을 옮기겠다는 의견도 각각 10%대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국내 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적인 에너지대책(50.7%)과 법인세 인하(36.4%),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35%) 등이 선결돼야 한다며 정부의 경영여건 개선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이런 문제들이 개선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원전가동 재개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일본의 전력부족은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내년 5월에는 54기에 달하는 일본 내 모든 원전이 가동을 멈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하면서 엔고에도 가속도가 붙어 엔화 가치가 지난 3월 이래 최고 수준인 달러당 78~80엔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문 결과 기업들이 제시한 '바람직한 환율 수준'이 달러당 85~95엔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환율 수준은 기업들에 치명적이다. 국내 생산을 고수해온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엔화가 달러당 78엔대로 치솟았던 13일 환율과 관련해 "일본에서 물건을 만드는 데 있어 성립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렇듯 대지진 이후 경영여건이 갈수록 나빠지는 가운데 이미 많은 기업들은 해외로 공장을 옮겼거나 이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레이는 한국에 탄소섬유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며 일본전기초자는 액정TV용 유리기판 가공공정을 대만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히타치카세이는 리튬이온전지 주요 소재인 부극재를 오는 2012년 3월부터 중국 산둥성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부극재 세계 1위업체이기도 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 국내 생산만을 고집해왔다. 여기에 중국 등 일부 해외 거래업체들이 전력부족에 따른 공급 차질을 이유로 일본 기업들에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도록 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일본에서 짐을 꾸리는 기업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기업들이 국내 기반을 해외로 옮겨갈 가능성을 매우 큰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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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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